충대신문, ‘지금’을 기억하는 기록들

소효진 기자,  경영학부

  기자는 작년 초, 약 35년이 되는  긴 역사를 가진 동아리에 들었다. 그 동아리는 부원들이 어떤 사건에 대한 자기 생각이나 일과를 자유로이 적을 수 있는 공책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러 해 동안 쓰인 수많은 공책을 잘 보관해왔다. 그만큼 타 동아리의 것에선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 많았다. 동아리 선배가 데모를 했다는 내용,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는 내용, 2002년 월드컵에 대한 내용 등 당시의 분위기가 담긴 옛이야기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역사책에서만 보던 이야기들을 그들의 일기로 생생하게 접했을 때, 그것은 단지 역사 속 한 장면이 아닌 누군가의 삶의 현장이었음을 느꼈다.
  얼마 전 차기 총학생회장단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하던 중 충대신문의 이전 총학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게 됐고, 다시 한번 그때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충대신문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총학의 흔적은 1995년도 제26대 김수현 총학생회장과의 인터뷰였다. 인터뷰는 그가 1980년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자 처벌을 위해 앞장서고 있으며 다음달 총궐기 민중대회를 벌일 예정이고, 광주 농촌활동 자료집과 관련해 수배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옛 기사 읽기에 재미가 들려 쭉 둘러본 기사 중엔 신종플루로 인한 학내 불안감, 축제 주점 운영 논란, 우리 학교 대표 홈페이지 재단장 등도 있었다.
  2010년에 ‘뭘 잘못했길래’라는 제목으로 사진이 실렸는데, 학생들이 비 오는 날 선배들에게 기합을 받고 있는 모습이었다. 기자로서 해당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장난스럽게 바라봤다는 게 지금 신문사 기자들의 모습과 굉장히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문과 신문사에는 우리 학교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당시 이런저런 갈등을 빚으며 치열하게 쓰였던 기사, 그저 그런 정보 나열식 기사, 지금 와 보니 역사의 한 장면이 돼 있는 기사 등 흥미롭다. 이로부터 우리는 과거의 학교와 비교해 달라진 모습이나 의식의 변화, 지금은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를 얻어내려 기여했던 학생들의 노력,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양상의 사건들을 읽어낼 수 있다.
  1995년도 기사에 “학내 신문은 많은 학우가 읽고 그 영향이 크다”고 언급된 것이 무색하게, 요즘 충대신문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도가 낮은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옛 기사들을 둘러보며, 당장 이번 호가 읽히는 것만이 충대신문의 의의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많은 기자들이 떠나고 몇십 년이 지나도 기사들은 이 자리에 남아 이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을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기자 본인은 오래 남아도 부끄럽지 않을 기사를 쓰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더 나은 지면을 꾸리기 위해 노력해 온, 신문에 진심인 사람들이 발전시켜 온 충대신문의 한 페이지에 누(累)가 되지 않기 위해.
  몰래 읽는 남의 일기처럼, 누구든 한 번쯤 충대신문의 옛날 기사를 읽어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역사서보다 훨씬 가깝고 생각보다 재밌는, 우리 학교의 세밀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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