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동자 과로사

  택배 노동자가 잇달아 과로로 숨지면서 택배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택배업계의 혹독한 노동 환경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물량이 증가해 노동 강도가 높아지면서 지난 7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출범했다. 그러나 가시적인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추석 성수기인 가을 10월에만 4명의 택배기사가 숨져 올해 13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결국 택배업계 최대 기업인 CJ 대한통운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문을 발표하고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후속 대책을 내놨다. 이후 타 택배사도 연달아 대책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분류 지원인력을 투입해 택배기사의 노동 강도를 약화한다는 것이다. 한진택배는 택배업계 최초로 심야 배송을 전면 중단했다.
  현재 택배 노동자의 업무는 분류 작업과 배달 작업으로 나눌 수 있다. 터미널에서 분류 작업을 마친 후 할당되는 400여 개의 물량을 배송해야 해서 사실상 분류 작업은 ‘공짜 노동’이라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택배사 측이 분류 지원인력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에는 허점도 존재한다. CJ대한통운은 분류인력 투입에 드는 인건비의 절반을 대리점에 부과하기로 했는데 결국 이를 택배기사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정부도 이달 중순까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가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 6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간담회를 열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노조)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대처의 실효성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있다. 특히 2017년 국토교통부는 택배서비스 대처방안을 발표했지만, 입법이 무산되며 유야무야 마무리됐다. 이 중에는 택배 노동자의 산업재해(이하 산재)보험 가입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가입률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노조 추산 5만여 명의 택배 노동자 중 입직 신고가 완료된 택배 노동자는 단 1만 8천여 명이고, 이 중 1만 1천여 명만이 산재 보험의 보호를 받고 있다. 입직 신고를 완료해야 산재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는데, 이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산재보험료는 대리점주와 택배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하기 때문에 대리점주의 압박으로 산재보험 제외 신청서를 내는 경우도 많다. 과연 이번에는 정부의 대처방안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5월 숨진 CJ대한통운 기사 정상원 씨는 8년 만에 첫 가족여행을 가는 당일 아침 잠자던 중 비명을 지르고 사망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택배기사들은 죽음의 벼랑 끝에서 일하고 있다. 빠르다며 자부하던 택배업계의 민낯이 드러난 지금, 어느 때보다 사회 구성원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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