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꿈

대전일보 세종본부장, 장중식

  1억 원을 모으려면 얼마 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단순 계산법으로 볼 때 1억 원을 모으려면 매월 100만 원씩 7-8년을 꼬박 저축해야 한다. 은행 금리가 낮을 수록 이 기간은 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주택과 관련, 과거 몇 해전만 하더라도 1억 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딱 두 가지였다. 그 중 하나는 전셋집을 마련하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과 몇 해 만에 이 같은 일조차 힘들어졌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 매매가 상승 때문이다. 여기에 전세시장마저 덩달아 춤을 췄다. 오죽했으면 매년 1000만 원씩 적금을 부어도 오를 대로 오른 전세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을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요자들의 관심이 청약시장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당첨되면 적지 않은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면 2020년 11월 현재 청약시장의 사정은 어떨까. 한마디로 ‘로또’에 비유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10년 전매 제한, 대출 규제 등 제약이 있지만 수요자들은 ‘일단 넣고 보자’는 분위기다.
  이달 초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과천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에는 각각 10만~18만 명에 이르는 인파가 몰렸다. 단지별 평균 경쟁률 또한 적게는 400대 1에서 500대 1을 기록했다. 이 중 추첨제 물량이 84㎡B형 기타경기지역 청약의 경우 9,886명이 신청해 5,219대 1이었다.
  같은 날 세종시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 ‘세종 리더스포레’도 전용 99㎡ 잔여가구 1채 입주자를 추가 모집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17년 12월 분양을 시작해 그 다음해 6월에 입주를 앞두고 있었다.
  특별한 자격 제한 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는 조건 때문에 수요자가 몰렸다. 신청자만 24만9000여 명에 육박하면서 한때 사이트가 마비돼 신청 시간이 연장되기도 했다.
  해당 물량은 김경선 신임 여성가족부 차관이 인선 직전 분양권을 포기하면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추가 분양 결과는 말 그대로 ‘로또 당첨’이었다. 추첨 결과 1998년생 20대 A씨가 새 주인이 됐다. 분양가는 4억4000만원선으로 인근에 위치한 전용 98㎡ 시세가 14억~15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10억 원의 차익이 남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한국의 부동산 열풍은 해외토픽감이다.
  세종시는 물론,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대전시 또한 예외는 아니다. 청약시장의 과열만큼이나 아파트 매매시장도 달아 올라 1년 사이 수 천만 원씩이나 올랐다. 어떻게든 내 집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는 기쁜 소식이지만 상대적으로 청약에 실패한 사람들에게는 내 집 마련의 꿈이 다시 한 번 좌절된 셈이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논리에서 벗어나 집이 투기의 수단이 되어버린 이유는 무엇일지 살펴야 한다.
  먹는 것과 입는 것, 그리고 사는 주거공간에 대한 접근은 재테크의 수단이 아닌 국민의 살 권리를 정부가 보장해 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도려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20회가 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방증이다.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살피고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내 집 마련을 꿈 꾸는 국민들에 대한 정부의 의무이자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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