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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우리 동네는? : 힘 모아 지키는 우리 둥지
윤상은 기자 | 승인 2020.10.14 09:40|(1163호)
임대 현수막 대흥동 한 상가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윤상은 기자

  젠트리피케이션, 우리 동네는?

  SNS나 각종 대중 매체에서는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카페나 식당 등이 모인 골목에 ‘00리단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부른다. 이는 서울시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쇠락의 길을 걸은 경리단길의 모습을 예견하는 듯하기도 하다. 위 지역은 빠르게 성장했다. 이후 터를 잡고 생계를 유지하던 상인들은 감당할 수 없는 임대료에 내몰렸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은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면서 상권이 빠르게 형성돼 활기를 띠고 있는 대전시 대흥동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미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우리 학교 옆 동네인 어은동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 

상생협약 현판 어은동 상가 건물 곳곳에 상생협약 현판이 붙어 있다. 사진/ 윤상은 기자

  젠트리피케이션의 등장
  젠트리피케이션은 중산층이 도시 내부의 쇠퇴 중인 지역으로 이동하며 기존의 낡은 생활시설과 주거 환경의 개선이 이뤄지고 지대가 상승해 원주민이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인 루스 글래스(Ruth Glass)에 의해 처음 사용됐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에 들어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이후 2010년대 초, 홍대와 가로수길 등 이른바 ‘뜨는 상권’에서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 재개발 과정 속에서 주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가장 먼저 이슈화됐으나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주택 정책의 지속적 수행으로 문제가 완화됐다. 하지만 급격한 임대료 상승에 따른 기존 소규모 임차인의 강제적 이동과 대형 프랜차이즈의 잠식 현상인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이 새로운 문제로 부상했다. 서울시 상가임대차 상담센터 자료에 따르면 상가 임대차 분쟁 조정 관련 신청 건수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 개정된 해인 2015년 29건에서 2019년 180건으로 증가했다.
  소규모 상인, 예술가들이 유입되며 상권이 활성화되고 범죄율이 높았던 지역은 범죄율이 감소하는 등 환경이 개선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곧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비자발적 이주가 발생한다는 문제로 귀결된다. 민간 상업 자본의 유입으로 기존 소상인의 비자발적 이전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원주민이 일궈 놓은 지역의 독특한 풍경이 퇴색되고 거리는 여느 번화가와 다름없는 모습을 띠게 된다. 
  서울시 이태원의 경리단길은 발전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다양한 문화적 자원과 독창적인 지역 콘텐츠로 관광 명소화 됐다. 이 때문에 기존의 상인들과 예술가들이 쫓겨났고 대표적인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으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경리단길 쇠퇴의 주요 원인은 천정부지로 상승한 임대료에 있다. 방문객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상가 주인들은 점차 임대료를 올렸다. 한국감정원이 2015년 상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2년간 서울시 주요 지역의 임대료를 분석한 결과 경리단길 지대 상승률이 10.16%로 가장 높았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1.21%)은 물론 서울시 평균(1.74%)보다도 6배 가량 높다. 결국 경리단길을 지키고 키운 상인들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골목을 떠났다. 
  서울시 북촌의 삼청동도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의 직격탄을 맞았다. 삼청동은 1990년대 인사동 인근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이동하기 시작하며 빠르게 상업화됐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와 예술적 수공업 생산활동이 활발했던 삼청동의 상점들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종으로 대체됐고 치솟은 임대료에 텅 빈 가게만 즐비한 동네가 됐다. 옆 동네인 서울시 서촌 지역은 북촌에 비해 젠트리피케이션이 더 빠르게 진행됐다. 다양한 대중매체가 통인시장, 골목길 베이커리, 한옥의 고즈넉한 풍경 등을 소개하면서 ‘지역 문화’와 ‘지역 상권’ 기반의 성장보다는 대중들의 호기심과 촉각을 자극했고 서촌 지역은 급속히 상업화, 프랜차이즈화, 대중화의 길을 겪었다. 불과 2~3년 만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마을을 삼킨 것이다.

상생협약 표지판 어은동에 상생협약을 약속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 윤상은 기자

  우리 지역 젠트리피케이션,  ‘현재 진행형’
  우리 지역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전시 중구에 위치한 대흥동의 젠트리피케이션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흥동은 대전시의 대표적인 원도심이면서 몇 년 전까지 문화 예술 거리로 각광받았지만 경리단길, 북촌과 같이 높은 임대료 문제로 원주민이 떠나기 시작했다. 대흥동에서 50여 년간 영업을 해온 ‘산호 다방’은 2016년 건물주의 건물 매각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같은 해 프랑스 문화원 대흥동 분원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나자 이곳을 등지로 활동하던 문화 예술인들도 대부분이 사라졌다. 이 외에도 대흥동을 대표하던 문화 예술 공간인 서점 ‘도시여행자’, ‘파킹 갤러리’ 등이 하나둘씩 떠났다. 치솟는 임대료에 해당 지역의 도시재생 주체들이 오히려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대흥동에서 도시여행자를 운영했던 서점 ‘다다르다’의 서점원 라가찌는 “도시여행자의 경우 2011년 대비 2014년 100%(단위 면적 당 월세)의 임대료 상승이 있었다”며 “건물주로부터 세 차례 퇴거에 대한 내용 증명을 받고 상가임대차법에 맞지 않아 거절했더니 새로운 세입자를 구한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라가찌는 “공간과 이별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임대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공간과 사용자가 이별한 것에 대해 위로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에 대한 응원을 담아 괜히 작은 마음으로 기도하게 된다”며 둥지에서 떠나야만 했던 심정을 덧붙였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기존 정책 및 대안 

  젠트리피케이션 잡으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그 실효성은?
  임대인의 무리한 임대료 인상 등으로 임차인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2019년 상가임대차법이 개정됐다.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권 행사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상가 권리금 보호 대상에 전통시장 포함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신설 등 4가지다. 이에 따라 2019년 4월에 서울시, 수원시, 대구시, 부산시, 광주시, 우리 지역인 대전시까지 총 6개 지부의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설립됐다.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전문성을 갖춘 조정위원들을 두고 있으며, 이들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상가건물임대차와 관련된 다양한 법률분쟁을 처리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상가임대차법 적용 범위에 있는 임차인들은 임대료, 인상률 상한 제한(연간 최대 5%) 등의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환산보증금이 9억 원 이상인 경우 임대차 보호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보호받지 못한다.  그 외에 우리 지역이 속한 광역시와 세종시의 경우는 환산보증금 5억 4천만원, 부산과 과밀억제권지역은 6억 1천만 원, 그밖의 지역은 3억 7천만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환산 보증금이란 보증금에 월세(월세×100)를 더한 금액이다. 만약 환산보증금의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부유한 임차인’으로 분류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갑과 을의 관계에 놓여있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도 문제이다. 만약 상가 임대료를 5% 넘게 올린 임대인을 임차인이 신고한다면 임차인에게 불이익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 문제는 상가임대차법의 문제가 아니므로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넘어가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 보호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상생으로 가는 길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슬기롭게 극복한 런던의 ‘쇼디치’
  영국 런던 북동부에 위치한 ‘쇼디치’는 지역 경제 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젠트리피케이션을 극복했다. 쇼디치는 양호한 도심 접근성, 편리한 교통, 저렴한 임대료 등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젊은 예술가들이 유입돼 경제적으로 활기를 뗬다. 이어 갤러리, 공연장, 디자인센터 등 문화 예술 공간이 점차 생겨났고 독특한 형태의 바, 클럽, 아트 호텔 등이 즐비한 번화가로 변화했다. 이후 1996년 쇼디치 도시재생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슬럼화된 쇼디치 지역에 몰려든 문화 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의 개발신탁과 협동 조합 발전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 도시재생을 추진한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특별 초대전, 아트 투어 프로그램 등을 매달 개최했고 문화 예술 지역으로서 쇼디치의 장소성이 다져졌다. 
  상생으로 가는 길, 서울시 성동구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서울시 성동구가 201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상가임대차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지역 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성동구 지역 공동체 상호 협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급격한 임대료 상승의 조짐이 있는 지역을 구청장이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선포하고 이를 통해 구역 내의 영세 소상인과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터전과 마을 공동체 형성의 제도적 틀을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임대인, 임차인, 주민 모두가 상생협약을 통해 지역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 건물주-임차인-성동구 간 상생협약을 체결해 건물주가 이 협약 사항들을 준수할 시에 세금 감면, 리모델링 비용 지원 등의 혜택을 부여하되, 임대료 인상은 연간 5% 이상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상생협약을 체결한 건물주 중에 한곳을 제외하고 임대료 인상률이 2017년도에는 3.7%에 그쳤다.
  유성구 어은동의 도시재생 뉴딜과 상생협약
  우리 학교 옆 동네인 어은동의 움직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은동 일대는 2017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돼 2018년 하반기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소호형 주거클러스터(쉐어하우스) ▲가로 특성별 골목길 보행환경 개선 ▲노후 어린이공원 정비 ▲노인정 리모델링 ▲국공유재산 활용 복합 주차장 건설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청년 창업가의 소호(SOHO) 공간 및 커뮤니티 센터, 지하주차장까지 갖춘 복합주거 클러스터 건설이 진행 중에 있다. 어린이 공원 옆에 들어설 소호형 주거 클러스터 1층에는 회의와 작업이 가능한 커뮤니티 센터가 입주하고 2층에는 창업 오피스와 셰어 하우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어은동의 도시재생과 더불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유성구는 구 관계자, 어은동 건물주, 임차인 대표단과 어은동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상생 협약식을 개최했다. 협약식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하는 등 임대인·임차인 간 상생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노력의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협약식에 참석한 건물주들은 ‘상가임대차법’의 제반 규정을 준수하는 등 적정 임대료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며 상가 임차인은 쾌적한 영업환경 및 거리환경 조성 등 상권의 지속적인 성장과 활성화에 앞장서기로 했다. 유성구 또한 공공 인프라 조성과 환경개선 사업 등 지역 경제 활성화 지원을 약속했다.
  도시재생, 재개발 등과 같은 지역 활성화를 위한 개발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개발 뒤에 따르는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부작용을 더 이상 무시해서도 안된다. 오랜 시간을 거쳐 지역의 정체성과 골목마다의 풍경을 일궈온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하면 거리는 고유한 색깔을 잃게될 것이다. 머리를 맞대고 지속가능한 방법을 깊게 고민해야 한다. 답은 상생에 있다. 공동체를 중시하며 ‘같이의 가치’를 잊지 않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 영국의 쇼디치, 서울시의 성동구가 ‘함께’라는 이름으로 남을 수 있었다.
  대전시 곳곳에서 도시재생, 재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예정이다. 다시 말해,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이제는 누군가 모든 희생을 감당해야 하는 식의 개발이 아니라 서로 윈윈하는 상생의 길로 걸어가야 할 때이다.

 

 

 

윤상은 기자  yunse488@o.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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