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국제문제

  시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추석절에 한로가 지나고 상강이 가까워졌으니 시간은 바야흐로 가을의 절정을 향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한해 중 가장 좋은 때의 하나가 바로 이즈막이다. 대학은 2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을 훌쩍 넘겼고, 곧 중간고사 기간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위세는 여전해 강의실이나 실험실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험 또한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졸업이 머지않은 4학년 학생들은 취업 걱정이 클 것이고, 올해 입학한 1학년 학생들도 일찍부터 그렸던 대학생활이 난망해 더러 취업 준비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니 2학년이나 3학년 학생들은 오죽할까 싶다. 하긴 이런 면에서 보면 이제 대학에서의 학년 구분은 무의미할 지경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우리 학생들에게 틈틈이 국제문제나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보라 말하고 싶다. 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일지라도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되거나 또는 국제적 중재가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 주 발표된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반독점소위원회의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IT 대기업을 대상으로 벌여온 공정거래 관련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는 사실상 자국 내의 거대 기업들에 대한 시장 독점적 지위의 문제만을 다룬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색엔진 구글의 시장 점유도는 압도적으로 지배적인(overwhelmingly dominant) 수준이라고 한다. 그 의미에 대학생들의 생각도 분명 있으리라 본다. 때로 국제 문제의 해결책은 받아들여도 문제, 받아들이지 않아도 문제가 되는 것이 많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 온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사이의 관계, 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라든지 우리와 북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와 관련한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왜 국제문제가 중요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영토분쟁에 이은 충돌도 중요한 국제적 이슈이다. 러시아, 조지아, 터키, 이란 등에 둘러싸인 이들 나라의 갈등 양상은 국제대리전의 모습을 띨 조짐마저 보인다. 지난달 27일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시작했던 교전은 아제르바이잔의 제2도시 ‘간자’로까지 번졌고,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의 도시인 스테파나케르트를 공격했다고 맞섰다. 현지의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민간인을 포함해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으며 도로나 전기시설 등 주요 인프라도 파괴되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상 아제르바이잔 영토이지만 인구의 70% 이상이 아르메니아계 주민으로,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지역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의 축소판이다.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각자의 목소리가 어우러져야 한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사회가 분화되고 분열이 심할수록 더 그래야 한다. 그런데 관심이 있어야 목소리를 낼 것 아닌가. 문제는 관심이다. 우리 대학생들이 여는 세상이 그렇게 시작되면 좋겠다. 문제를 외면한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8일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갖춘 명징한 시적 목소리로 개인 존재를 보편화시켰다("her unmistakable poetic voice, that with austere beauty makes individual existence universal")”며 미국의 시인 루이즈 글릭(Louise Glück)을 202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아직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은 없지만, 시집 『야생붓꽃(The Wild Iris)』에는 ‘겨울이 지나면 기적적으로 돌아오는 삶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고 한다. 시인의 삶의 궤적도 그렇지만 그 상징하는 의미가 지금의 우리를 위로하는 것이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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