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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성적평가 방식, 어떤 방식이 좋을까?
현지수 기자 | 승인 2020.09.23 11:25|(1162호)

 

기존 상대평가 방식과 완화된 상대평가 비교 인포그래픽/ 김재중 기자

  A학생은 평소 듣고 싶었던 실습 강의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기가 많아서 절대평가가 안될지도 모른다”는 동기의 말을 듣고 해당 강의를 들어야할지 고민 중이다.
  B학생은 학교 커뮤니티에서 일명 ‘꿀교양’을 찾고 있다. 꿀교양은 과제가 적고 학점이 잘 나오는 강의이다. B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서로 꿀교양 정보를 주고 받고 있다.
  위 A, B학생의 사례는 수강신청 기간을 앞둔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수강할 강의를 선택할 때 있어 ‘학점’은 필수적인 기준이다. 즉 ‘학점을 후하게 주는 강의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진리 추구와 지식인 양성이라는 대학 본연의 가치가 무색하게, 많은 학생들의 목표가 상위 30% 달성으로 변하고 있다. 치열한 대학 입시를 거쳐 입학한 대학에서 또다시 경쟁을 펼치는 셈이다.
  학생들이 이토록 학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까닭은 학점이 학생생활관 입사, 융복합창의전공·전과, 교내·외 장학금 지급의 기준이 되며 더 나아가서는 대학원 진학, 취직 등의 진로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점차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는 학점이 취업을 위해 무시할 수 없는 스펙 중 하나이다. 실제 ‘한경 잡앤조이’에서 2020년 상반기 삼성과 SK의 서류통과 비율을 분석한 결과, 학점이 높을수록 서류통과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점 평점 3.8 이상 지원자는 그 이하보다 서류통과 비율이 2배 정도 높았고, 3.2 미만의 지원자의 서류통과 비율은 각각 10%대 중반, 10% 미만이었다.

수업평가 방식 관련 설문조사 결과 각각의 응답 인원 중 47.3%가 준상대평가를, 68.1%가 완화된 상대평가 방식을 선호했다. 자료/ 총학생회 제공

  상대평가 방식의 배경
  대학가에 상대평가 방식이 자리 잡은 데에는 2000년대 초반 ‘학점 인플레이션’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학점 인플레이션이란 ‘학점’과 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상승하는 경제 현상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대학들이 높은 학점을 남발해 평균이 전반적으로 꾸준히 올라 높은 학점의 가치가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취업난이 지속되자 많은 대학, 많은 교수가 학생들에게 학점을 후하게 줬다.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공개한 전국 190개 4년제 일반대학의 ‘2010학년도 재학생 교과목별 성적 평가 결과 학점 평균’을 보면, 재학생이 각 교과목에서 딴 학점은 A등급 37.8%, B등급 36.2%로 B등급 이상 학생 비율이 74.0%였다. 서울대학교 재학생은 절반 정도(49.8%)가 A등급을 받았다. 이에 학점에 신뢰를 잃은 기업들은 항의의 목소리를 냈고, 교육부의 정책 또한 변했다. 기업들은 학점을 채용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학사관리를 엄격하게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대학이 성적으로 학생들 간 차등을 둬야 채용 과정에서 변별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대학가 전반에 상대평가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어 2015년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평가’의 평가 항목에 대학별 성적 분포(1점), 엄정한 성적 부여를 위한 제도 운영(3점) 항목을 선정했다. 대학 구조개혁평가는 정부가 대학에 지급하는 재정 지원의 규모를 결정하는 평가로 대학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이 정도 배점이면 대학 등급 자체를 좌우할 수 있어 많은 대학이 상대평가를 채택하거나 강화했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상대평가는 선발적 교육관에 기초한 평가 방식이다. 선발적 교육관은 교육평가를 학습자의 능력에 따라 서열화해 인재를 선발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뢰도’와 ‘변별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뢰도는 대상을 얼마나 오차 없이 정확하게 측정하는지를 의미하고, 변별도는 학습자들의 능력 차이를 얼마나 잘 구별하는지를 뜻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강의를 수강하는 모든 학습자의 성취도를 비교하기 용이하고 학습자 간 개인차를 변별하기가 쉽다. 또한, 높은 등급을 받고자 하는 욕구를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학습에 대한 원활한 동기유발을 할 수 있다. 이에 상대평가가 널리 사용되지만, 학습자의 성취도를 집단 안에서 비교·판단하기 때문에 학습자가 학습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더라도 집단 전체가 우수하다면 학업 성취도가 낮다고 분석될 우려가 있다. 이는 상대평가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받는 ‘과도한 경쟁의식 유발’과 높은 연관성을 가진다.    
  반면, 절대평가는 발달적 교육관에 기초한 평가 방식이다. 발달적 교육관은 학습자라면 누구나 알맞은 교수-학습 기회가 제공될 경우 주어진 학습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교육관이다. 이는 측정하려고 의도했던 교육목표를 얼마나 충실하게 측정하는지, ‘타당도’에 강조점을 둔다. 따라서 이 방법은 강의자가 입장에서 학습자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기 쉬워 교육목표, 교육과정, 교수 방법 등의 개선에 유리하다. 또한 상대평가와 달리 경쟁에 치중하지 않으므로 이해, 비교, 분석 등의 고등정신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 학습자가 교육목표에 집중해 달성하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절대평가 방식은 배점 기준의 설정이 굉장히 까다롭고, 강의자의 주관이 과하게 개입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수업평가 방식 관련 설문조사 결과 자료/ 총학생회 제공

  대학에 나타난 절대평가
  최근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서는 절대평가를 도입해 경쟁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절대평가 교체의 선두가 된 고려대학교는 2015학년도 2학기부터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인재의 육성’을 목표로 절대평가 활성화를 실시했다. 이어 2017학년도 2학기부터는 성적 평가 규정을 상대평가 원칙에서 절대평가 원칙으로 완전히 바꿨다.
 서울대학교는 2018학년도 2학기부터 급락만 구분하는 ‘급락제(S/U)’를 정식 도입했다. 급락제는 A+(4.3)부터 F(0)까지 13개 등급으로 나눈 학점 대신 성공(S)과 실패(U) 여부만 평가하는 방식이다. 자세히는 ‘타학과 전공 교과목 급락제(S/U)’로,  융복합창의전공이 아닌 다른 학과 수업을 들을 때 적용된다. 
  연세대학교는 2019학년도 1학기부터 상대평가 원칙을 폐지했다. 평가 방식을 과목별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며, 각 학과는 학사제도위원회를 구성해 성적평가 방식에 관한 내규를 정한다.
  이화여자대학교는 2018학년도 1학기부터 약 1년간의 ‘학부 성적 교수자율평가제’ 시범 도입을 거쳐 2019년 1학기부터 정식 도입했다. 교수자율평가제는 교과목 담당 교수가 교과목 특성에 따라 성적평가 방법과 등급별 비율을 결정하는 성적평가 방식이다.

  우리 학교 평가 방식은?
  우리 학교 성적 평가는 학칙 제31조와 학사운영규정 제36조 및 제40조에 따른다. 이는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하며, 구체적인 평가 기준은 담당 교수가 정한다. 상대평가의 점수별 분포 비율은 A등급 30% 이하, B등급 이상 70% 이하, C~F등급 이하 30% 이상이다. B등급은 A등급 비율을 포함해 70% 이하 만큼 부여할 수 있다. A등급을 25% 부여했다면, B등급은 70%에서 25%를 제외한 45% 이하로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론강의를 병행하지 않는 실험(실습·실기)과목과 수강인원이 15명 미만인 과목, 교직과목, 평생교육사 과목, 군사학과목, LINC+ 사업단의 과목,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총장의 승인을 받은 과목은 절대평가를 실시한다.
  한편 지난 우리 학교 19대 총장 선거 때, 두 후보자 공약에 절대평가 도입이 등장하기도 했다. 기호 1번 김정겸 후보자는 계열교차 전공과목에 P/F 성적제를 도입하자는 공약을 내걸었으며, 기호 2번 박종성 후보자는 비교육적인 성적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점진적으로 바꾸자는 공약을 내세웠다. 

  코로나19로 인한 평가 방식 변화         
  지난 1학기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라 개강을 미루던 우리 학교는 결국 4월 20일 재택수업을 결정했다. 다만 기말시험은 대면 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성적평가 방식에 변화를 줬다. 상대평가 과목에 한해 A등급 50% 이하, B등급 이하 50% 이상으로 완화했다.
  우리 학교 제51대 총학생회 We:See가 지난 4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시행한 재택수업 관련 2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응답 인원 4,570명 중 90% 이상이 수업방식 변경과 함께 성적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답했다. 준상대평가 진행 방식을 선호하는 학생이 가장 많았으며(47.3%), 뒤이어 근소한 차이로 절대평가 방식을 선호하는 학생이 많았다(43.5%). 준상대평가 방식은 교수의 재량으로 각 등급 비율을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다. 기존의 상대평가 방식을 희망한다고 답한 학생은 8.2%에 불과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받은 학교 측은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이어 2학기 수업 및 평가방식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총 응답 인원 5,001명 중 68.1%는 기존의 상대평가를 완화해 적용하자고 답했다. 1학기에 적용했던 완화된 상대평가 방식을 그대로 따라 A등급 50% 이하, B등급 50% 이상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존의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바탕으로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은 13.8%에 불과했다. 나머지 10.1%는 기존의 상대평가 및 절대평가만 적용할 것을, 8%는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할 것을 희망했다. 우리 학교는 2학기에도 역시 완화된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의 반응
  1학기가 막을 내리자 학생들 사이에서 완화된 상대평가는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학생들은 자신이 수강하는 과목 교수님이 완화된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했는지 여부를 궁금해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밝혀진 것처럼 완화된 상대평가를 선호하는 것이다. 또한 학점 평점 4점 이상의 고득점 학생들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완화된 상대평가의 영향으로 평균 학점이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완화된 상대평가가 비대면 수업으로 만족도가 낮은 학생들을 달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나치게 A ·B등급의 비율을 늘려 성적 변별력을 없애고, 학업 성취도 를 낮출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서진(수의학·1) 학우는 “기존 평가 방식을 느껴보지 못해 비교할 수는 없지만, 완화된 상대평가 방식으로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성의 의미는 약화된 느낌을 받았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김민주(언론정보학·3) 학우는 “각 과목이 완화된 성적평가 방식을 수용했는지, 어떤 비율로 수용했는지 설명을 듣지 못해 아쉬웠고, 실제 체감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2학기에는 더 명확하게 평가 기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완화된 상대평가의 적용
  우리 학교 언론정보학과 양은경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모든 과목 성적 평가에 완화된 상대평가를 적용했다. 이 교수는 “평소에 엄격한 상대평가로 인해 거의 점수 차이가 없는 학생들도 등급을 나눠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며 완화된 상대평가를 따르게 된 이유를 밝혔다. 또한 “대체로 모든 학생들이 수업에 충실히 따라줘서 학업 성취도와 수업 집중도가 높았고, 이를 통해 적절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었다”며 완화된 상대평가에 긍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덧붙여 “기존에 열심히 수업에 임했는데도 C등급 30%에 속할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을 구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언론정보학과 이승선 교수 역시 완화된 상대평가 방식을 따랐다. 담당한 교과목의 특성상 가장 적절한 평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교과목의 특성, 교수자의 학습 설계, 성취도의 수준과 달성 평가 등의 개별과목 특성을 도외시하고, 교육부의 재정지원금 연계와 대학 평가 등의 시책에 따라 일률적으로 상대평가를 강요하는 기존의 성적평가 제도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의무적인 상대평가 제도 자체를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이어 “성적평가는 강의계획, 교과목의 특성, 교수자의 설계, 학생들의 성취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절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자의적이거나 근거가 약한 성적평가를 막기 위해 “해당 교과목 담당 교수는 자신의 성적평가를 설명할 책무가 있다”며 교수의 역할을 강조했다.
  어느 하나의 평가 방식을 옹호할 수는 없다. 대학 강의들은 강의 내용, 강의 목표, 수강생 수 등 많은 요인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재 4,700여 개가 넘는 강의들의 대다수가 상대평가로 운영되고 있다. 강의 내용, 강의 목표 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성적평가 방식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대학은 본질적으로 교육기관이다. 비록 대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급급하고 취업난에 치여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누군가는 대학이라는 교육기관 안에서 ‘대학다운 대학’, ‘교육다운 교육’을 희미하게나마 꿈꾸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자신의 교육환경에 대해 고민해보고 바꿔보겠다는 자세다. 다시 말해 학생들 스스로가 어떤 평가 방식이 진실한 교육에 적합한지 논의의 장으로 끌고 가야 한다.
  지난 학기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일부 변경된 평가 방식을 실제 적용해본 학교 당국과 학생들이 앞으로 성적평가 방식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나눌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학생들이 새로운 성적평가 방식의 경험을 바탕으로 논의의 깊이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우리 학교 총학생회 We:See 관계자는 “아직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종식 이후 학우들의 요구가 있다면 성적평가 방식에 대해 학교 측과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수 기자  guswltn1004@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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