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학 기술교육과, 최유현 교수

  가르치는 행위를 ‘교수 teaching’이라 하고, 배우는 행위를 ‘학습 learning’이라 한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의 활동은 교수보다 학습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 영국의 방송통신대학교에서 해마다 혁신적인 페다고지(innovating pedagogy)라는 주제로 교육의 키워드 10개를 선정하여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보고서를 출간하였다. 그 중에서 학습하는 방법 배우기(2014), 이야기를 통한 학습(2014), 토론 학습(2015), 상황 중심 학습(2015) 등의 키워드를 보면 맥락 상황에서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력이 큰 흐름임을 알 수 있다. 이제는 교육학을 넘어서 학습학의 복원을 이야기한다. 미래 교육 담론에 여전히 학습 주권(learner ownership)을 의미 있게 살려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욕망으로 가득한 테크놀로지는 인간적,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동시에 가져다준다. 이로 인해 장밋빛 미래를 말하기도 하지만, 잿빛 미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슬기로운 기술 성찰력이 필요하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은 인류에게 큰 위협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혹자는 인공지능 연구의 교훈은 “어려운 문제는 쉽고, 쉬운 문제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정원사, 안내원, 요리사는 수 십년 동안 직장을 지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탁자 위의 잡지를 정리하는 일이 인공지능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가정부에게는 너무 쉬운 일이다.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그들의 저서 ‘제 2의 기계시대’의 책에서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자들은 추론에는 연산 능력이 거의 필요 없는 반면, 낮은 수준의 감각 운동 기능은 엄청난 연산 자원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아이디어 떠올리기, 큰 틀의 패턴 인식, 가장 복잡한 형태의 의사소통이라는 인지 영역에서는 여전히 인간이 우위에 있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대부분의 교육환경은 이런 기능들을 강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공감 능력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분야이다. 제프 콜빈은 “실제로 기계가 대체 불가능한 일은 거의 없지만,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해주고, 같이 기뻐해주는 공감 능력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도 장례식장을 방문한 로봇으로부터 위안을 얻진 못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등장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며 “기계를 이기려 하거나 인간보다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보다는 인간의 본성에 집중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펜이 키보드보다 강하다’라는 흥미로운 연구(뮬러 등, 2014)가 발표됐다. 65명의 대학생에게 ‘테드(TED)’ 15분 분량의 동영상 5개를 보여주고, 강연 내용을 키보드와 손글씨 집단에게 각각 필기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필기량은 키보드가 손글씨보다 앞섰지만 미래 인간에게 중요한 개념적 메타 지식에서는 손글씨 집단이 높은 성적을 보였다고 한다. 디지털이 만능이 아님을 증명한 셈이다. <아날로그의 반격>이란 책에서 다룬 “왜 아마존이 맨해튼에 오프라인 서점을 냈을까?”, “왜 실리콘 밸리 리더들이 몰스킨 노트에 빠졌을까?”와 같은 질문을 따져봐야 한다. 사람은 아날로그적 감성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의 아실로마 23원칙이 2017년에 발표되었다. 그 중에 19번 원칙은 “인공 지능 의 합의가 없으므로, 향후 인공지능의 최대 능력에 관한 확고한 가정은 피해야 한다”고 한다. 즉 “인공지능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변혁시킬 것이다”라는 예측에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에서는 더욱 그렇다. 함부로 섣부른 판단과 분위기에 휩싸여 미래 교육을 가볍게해서는 안될 일이다.
  우리 교육은 디지털의 혁명에 가까운 교육의 거대한 물결에서 사람의 본성에 집중해야 할 때다. 아날로그는 선이고 만남이다. 느림이고 감성이다. 그래서 아날로그는 사람 냄새가 난다. 아날로그로 희로애락을 느낀다. 아날로그는 귀 기울여 주고, 넌지시 바라본다. 아날로그는 행동하기 전에 먼저 생각한다. 교육의 본질이 그렇다. 구태여 아날로그 교육의 반격을 논하지 않더라도 조화로운 혁신의 길이 미래 교육의 기본 지향이다. “속도를 멈추면 사람이 보인다”고 고속도로 안전 운행 캠페인이 우리 교육에 더욱 실감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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