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가면 꼭 봐야 할 것 중에 하나로 꼽히는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기반으로 한 관객 참여형 연극이다. 이 연극에서 배우들은 6층짜리 호텔 전체를 돌아다니며 연기를 펼치고, 관객은 최대 세 시간 동안 자유롭게 그들을 따라다니거나 방 안에서 멈춰 서 관람한다.
 <슬립 노 모어>는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의 한 형태다. ‘이머시브 시어터’란 관객이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연극이나 공연을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관객들이 극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우들이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근처로 와 춤을 추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슬립 노 모어>는 이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슬립 노 모어>의 매력은 관객 모두가 가면을 쓰고 각자 개인적인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배우가 쓰는 편지를 들여다볼 수도 있고, 배우를 따라 들어간 방에서 티타임을 가질 수도 있다. 또 어떤 동선으로 몇 명의 배우와 어떤 상황을 접했나에 따라 다양한 관점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매번 다른 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같은 연극을 여러 번 관람하는 ‘회전 관객’의 수요가 많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이머시브 시어터가 시도되고 있다.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2017년 초연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아 2018년, 2019년에 재연된 국내 최초 즉흥 뮤지컬이다. 공연은 당장 뮤지컬을 해야 하는 배우들이 관객과 소통해 공연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그 상황 외에는 준비된 대본이 없이 주인공의 이름부터 성향, 작품의 제목과 장르, PPL 광고까지 관객이 요청한 대로 즉석에서 공연을 만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한 자리에 앉아 공연에 쭉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보고 싶은 장면을 자유롭게 들여다보고 깊숙이 참여하면서 나만의 시선으로, 나만의 공연 경험을 만들어 보는 것은 분명 색다른 체험이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연극을 관람하는 것은 어렵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는 잠시 넷플릭스를 떠나 이머시브 시어터를 보러 가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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