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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명을 구하는 방법: 장기기증
구나현 기자 | 승인 2020.09.02 15:11|(1161호)
2018년 기준 100만 명당 장기 기증자수 그래프/ 국제장기기증 및 이식 등록기구 제공

  다가오는 9월 9일은 장기기증의 날이다. 장기기증은 ‘다른 사람 장기의 기능회복을 위해 대가 없이 자신의 특정한 장기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국제장기기증 및 이식 등록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 명당 장기 기증자는 8.7명으로 스페인(48.9명), 미국(36.9명) 등을 크게 밑돌고 있다. 또한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뇌사자 보호자의 장기이식 동의율은 하락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체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가 30% 정도 감소했다. 20년 동안 발전돼 온 장기기증 문화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연도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수 그래프/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제공

  장기기증의 분류
  뇌사기증은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하는 경우, 사후기증은 사망한 후 기증하는 경우, 살아 있는 자 간 기증은 친족간·타인 간의 신장, 간, 췌장, 폐, 골수, 말초혈 등의 기증을 뜻한다. 장기기증 신청 항목을 보면 기증형태를 아래 3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사후 각막기증
  안구이식이란 손상되거나 정지된 안구의 기능회복을 위해 이식하는 것이다. 안구는 사후 6시간 이내에 채취가 가능하고, 다른 장기와 달리 최대한 2주까지 보관 가능한 특성이 있다. 또한 안구는 혈관 및 신경 등이 포함된 하나의 장기로써 공막 이식 및 녹내장 수술 등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라식, 라섹 수술은 각막 층을 깎아내는 수술이어서 기증이 불가능하다.
  뇌사 시 장기기증
  뇌사 시에는 각막 2개, 폐 2개, 신장 2개, 심장, 간, 췌장 등 9개의 장기를 기증하며 뇌사는 대뇌, 소뇌, 뇌간의 모든 기능이 정지돼 회복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뇌사판정은 뇌사판정 신청→ 1·2차 뇌사조사 → 뇌파검사 → 뇌사판정위원회 → 장기기증으로 이뤄지며, 뇌사판정위원회는 의사 2명 이상과 비의료인 위원 1명 이상을 포함한 출석위원 전원 찬성으로 판정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뇌사판정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증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료계에선 까다로운 뇌사판정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체조직기증 
  인체조직기증은 뇌사 또는 사망 후 인체조직기증(피부, 뼈 등)을 통해 시각장애, 화상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기증된다. 현재는 기증자의 수가 부족해 국내에서 필요한 이식재의 80%를 수입에 의존한다.

장기 등 이식대기자 추이 그래프/ 2018 장기 등 이식 및 인체조직기증 통계연보 제공

  장기기증 인식과 현실
  질병관리본부가 2018년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18 장기·조직기증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장기조직과 인체조직기증 인지도는 각각 97.5%, 45.7%이고 장기·조직기증 의향은 66.5%였다.
  기증 의향이 없는 사유로는 ‘인체 훼손에 대한 거부감(33.0%)’과 ‘막연한 두려움(30.4%)’이 가장 많았고, ‘절차 이외의 정보(사후처리, 예우 등) 부족(16.5%)’ 순이었다.
  유교 사상이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사망 선고도 내려지지 않은 시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 거부감을 강하게 보인다. 하지만 기증을 할 시에 시신을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해 유가족들에게 인계한다. 인체조직기증의 경우 신체 피부나 뼈 전체를 채취하는 것이 아닌 일부만 채취해 최대한 본래의 모습과 유사하게 복원한다.
  지난 2017년 SBS를 통해 「장기기증 후 시신 수습은 유족 몫」이라는 기사가 나오자 장기기증 신청이 줄어들 정도로 파장을 일으켰다. 이 기사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협약을 맺지 않아서 기증원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던 사례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장기기증을 진행한 병원이 아닌 다른 곳의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식의 변수가 생겼을 때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국가적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다. 하지만 보도 이후 제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개정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로 현재는 협약 여부와 상관없이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외에도 기증자 유가족을 대상으로 장제비, 진료비 등을 지급하고 있으며, 기증 후에도 상담, 복지서비스 등 및 유가족 예우 사업을 운영한다. 또한 생명나눔 증서 발급 및 온라인 기증자 추모관 운영, 순천만 국가정원 내 ‘생명 나눔 주제 정원’을 조성하는 등 사회적인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기증희망등록자 1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증희망등록 계기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52.0%)’, ‘장기·인체조직홍보 캠페인을 접한 후(19.4%)’, ‘장기·인체조직기증 필요성에 대한 미디어의 정보를 접한 후(11.6%)’ 등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캠페인은 중단됐지만, 올해 초 방영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는 한 구급대원이 근무 중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져 장기기증을 하는 에피소드가 나왔고, 이후 실시간 검색어에 장기기증이라는 단어가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또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도 가족 간의 생존 시 장기기증, 뇌사 시 장기기증 및 소아 장기이식 수술 등 다방면으로 장기기증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이와 같이 긍정적인 콘텐츠가 많이 등장하면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도 지난 5월 크리스천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온라인 장기기증 희망등록자가 늘어난 데에는 장기기증에 대한 미디어의 소개 덕분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장기기증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 동서간호학연구지에 따르면 국외에서는 20~30년 전부터 모든 교육 과정 대상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우리나라도 교육을 통해 장기기증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장기기증을 선택할 기회를 줄 것을 주장한다.

  장기기증의 미래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장기기증 의사표시 방식을 명시적 동의 방식에서 추정적 동의 방식으로 변경하는 사례를 국회입법조사처의 ‘영국 「장기기증법 2019」 개정 의미 및 시사점’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또한 전문가들은 가족 동의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영국
  지난 5월부터 시행된 「장기기증법 2019」는 모든 성인은 장기기증에 대한 거부 의사를 등록하지 않은 경우 장기기증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만약 장기기증을 원하지 않는다면 온라인과 전화로 기증 거부 의사를 등록할 수 있다. 
  이전에는 「인간조직법」에 따라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 표명을 하거나 대리인을 통해 기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가 기증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을 때 가족 동의율은 48.5%에 불과했지만, 잠재적 기증 시점에 환자의 기증 희망이 알려진 경우에는 가족의 92%가 기증에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가족 동의율의 차이는 장기기증에 대한 잠재적 기증자가 실제 장기 기증자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프랑스 
  1976년 제정된 「장기기증법」에서 장기기증의 세 원칙 중 하나인 거부권 원칙으로 장기기증 거부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기증자로 추정했다. 2017년 시행된 개정에서 이러한 잠재적 동의의 효력은 더욱 강해져, 장기기증 거부 방법은 기증거부장기를 등록하거나 서면으로 거부 의사를 작성, 생전에 고인이 구두로 표명한 거부권을 친인척이 행사하는 증언 등 세 가지 방법으로 단순화됐다.
  네덜란드 
  올해부터 모든 성인은 사후장기기증에 대해 사전에 명백하게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았을 경우 이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새로운 「장기기증법」이 시행됐다. 18세 이상 국민에게 기증 여부를 묻는 서한이 2회 배송되고 수신인은 질문지에서 예, 아니요, 특정인에게 위임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2회의 질문지에 모두 답하지 않은 이는 장기기증자 명단에 오르지만, 나중에 철회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뇌사 또는 사망 전에 장기기증에 동의한 경우나, 반대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엔 유가족이 장기기증에 동의한 경우에만 기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장기기증보다 장기이식 대기자가 많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장기이식 대기자는 2018년 기준 38,005명이며, 2010년에 비해 약 2배 증가했다. 장기이식 대기기간은 평균 1,711일로 약 4년 6개월이다. 또한 매일 7.5명 이상의 이식 대기자가 기증을 기다리다 사망한다. 이와 같은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기기증 의사표시 방식을 변경하는 등 장기기증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기기증 의사표시 방식 변경 찬성 측은 스페인이 추정적 동의 방식 제도를 도입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장기기증을 많이 하는 국가가 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반대 측은 웨일즈 정부가 2015년부터 추정적 동의 방식을 도입했지만, 도입 전후의 장기기증률 증가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논의 외에도 추정적 동의 도입은 개인의 의료부담, 사회·문화적 여건, 장기이식 기술 수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전통적 가족관계에 변화가 생기면서 가족의 동의를 받는 것에 대해서 어려움이 많아지고 있다. 동아일보의 「장기이식 감소 애타는 중환자들…」에서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인 가구가 늘고 예전보다 가족 간 교류가 줄어들면서 유족 찾기가 힘들어졌다”며 “사실혼 관계나 친구 등 보호자 범위를 넓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장기기증의 날은 뇌사 시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심장, 간장, 신장 2개, 폐장 2개, 췌장, 각막 2개 기증)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1997년부터 매년 9월 둘째 주를 장기주간으로 정해 홍보하던 것을 2018년부터 정부에서는 ‘생명나눔 주간’으로 지정했다. 장기기증의 날을 맞아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우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장기기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구나현 기자  mnknh9901@o.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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