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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과연 21대 국회에선 통과될 수 있을까?
현지수 기자 | 승인 2020.09.02 14:57|(1161호)
역대 차별금지법 발의안 13년째 지지부진한 과정만 겪고 있다. 표/ 현지수 기자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3%가 ‘차별은 그 해소를 위해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사회문제’라는 데에 동의했다. 이 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1천명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다. 또한 87.2%가 차별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데에 찬성했으며, 88.5%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 제정에 찬성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6월 29일 정의당은 이른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5대 우선법안 발의로 지정했고,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그 첫발을 내디뎠다. 다음 날인 6월 30일에는 인권위가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시안으로 내놓으며 조속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06년 국무총리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지 14년 만의 의견표명이다. 

  21대 국회 첫 차별금지법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등 23개 항목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때문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불린다. 적용되는 영역은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고용, ▲재화·용역·시설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 및 직업훈련기관에서의 교육·훈련이나 이용, ▲행정서비스 등의 제공이나 이용의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차별행위의 피해자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고, 인권위는 시정권고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시정명령 및 시정명령 불이행시 3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형사처벌 조항도 담고 있다.
  물론 현행법에도 개별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안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장애’를 이유로 차별할 것을 금지하고,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고용영역’에서 ‘성별’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또한 ‘고용영역’에서 차별하는 것을 금한다. 이러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특정 영역이나 사유에 관련해 특별히 차별을 금지할 필요성을 이유로 제정·발의됐지만, 어느 사안에서는 법적 공백을 마주하게 된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지난 7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에서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고용영역에 집중돼 있어 서비스나 교육영역에서는 공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차별금지 사유와 영역을 종합적으로 규정하는 기본법의 성격을 띠기에 기존 법과는 별개로 의미 있는 법이다. 또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차별 행위를 맞닥뜨렸을 때, 이를 개별적인 차별금지법만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연령, 성별, 종교, 국가 등에 의해 복합적으로 차별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분리해서 차별에 대응하기에는 어려움과 불편함이 생길 뿐만 아니라 효과적이지 않다.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치열한 찬반 논쟁 각계각층의 단체 및 집단들이 상반된 입장을 갖고있다. 인포그래픽/ 현지수 기자

  발의, 폐기만 수차례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6년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안을 법무부에 제출하면서 처음 공론화됐다. 이후 2007년 법무부가 인권위 권고에 따라 차별금지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금지 항목을 문제 삼은 보수 기독교 세력의 반발과 ‘학력’, ‘병력’에 의한 차별금지 조항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막는다는 재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법무부가 성적지향을 비롯해 가족형태·병력·언어·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출신국가·학력 등 7개의 차별금지 사유를 삭제하는 수정 과정을 거쳤지만, 2008년 5월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어 17대 국회에서 故 노회찬 의원, 18대 국회에서 권영길 의원, 19대 국회에서 김재연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역시 국회 계류로 끝을 맺었다. 19대 국회 최원식 의원과 김한길 의원도 입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철회했다. 보수 세력과 기독교 단체의 반대에 거세게 부딪혀 두 달 뒤인 4월 19일 스스로 철회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이 단 한 건도 발의되지 않았다. 

  치열한 찬반 논쟁
  21대 국회에서도 찬성 측과 반대 측은 거친 논쟁을 벌이며 입장차를 팽팽히 하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청와대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청원서가 올라와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 등 11개 관련 위원회에 회부됐다. 청원인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조장해 건강한 가정을 해체하며,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도덕을 파괴할 뿐 아니라 헌법을 위반해 신앙과 양심,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촉구 청원서 또한 국민동의청원에 등장했다. 반대 청원서보다 조금 늦은 7월 2일에 올라온 이 청원은 동의 기간인 30일의 기간동안 10만 명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종료됐다. 청원인은 “차별금지법으로 똑같이 납세의 의무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으로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사회만큼은 동등한 시선으로 국민을 바라보는 계기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국민동의청원에서는 차별금지법 반대 청원서가 더 많은 힘을 얻은 셈이다. 
  여성단체 내 의견도 갈리고 있다. 지난 7월 44개 여성단체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 평등을 앞당기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여성이 경험하는 복합차별을 다루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여성단체인 바른인권여성연합은 같은 날 성명서를 발표해 차별금지법이 “소수자의 인권이라는 미명 하에 여성성의 가치를 폄하, 파괴하고,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차별금지법을 우리 여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력히 반대했다. 또한 이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생길 역차별 피해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만 18세 이상의 여성 1,029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16일 진행됐다. 특히 ‘남성이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한다는 이유로 여성 목욕탕, 탈의실 등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란 설문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6.3%인 반면 반대한다는 의견은 89.1%로 압도적이었다.

  개신교계 반응과 변화
  개신교계에서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쟁은 다른 어떤 영역에서 보다 뜨겁다. 역대 법안 발의 때마다 개신교계의 거센 반대로 법 제정에 번번이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국회에서 개신교계의 반응은 중요하다.
  이번에도 역시 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보수 개신교계는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보호법’, ‘동성애 반대자 처벌법'으로 규정하고 반발하는 모습이다. 지난 6월 대형 교단들이 속한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은 회원교단장 명의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한교총은 성명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평등구현이라는 명분과 달리 심각한 불평등과 역차별을 낳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 인권 보호를 명목으로 동성애를 조장하고, 심지어 이를 비판하는 국민을 처벌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신교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다른 큰 이유는 이단 문제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이단대책위원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이단·사이비 단체들에게 평등이란 미명 하에 대응할 수 없는 위험스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개신교 사회의 목소리 또한 늘어났다. 지난 7월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이하 기장)는 개신교계 최초로 교단차원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냈다. 기장은 성명서를 통해,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성적 지향을 두고 곧바로 정죄하는 태도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며, 동성애를 반대하던 기존 개신교계의 입장과는 다른 의견을 드러냈다.
  개신교와 성공회 등 110개 단체와 교회, 1,348명의 교인이 참여하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 또한 이틀 후인 22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그리스도교 역사는 사랑의 역사”이며, 타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일관되게 반대했다고 짚었다. 또 차별금지 사유 중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문제 삼는 세력의 반대를 두려워하지 말고 제정을 서두를 것을 요구했다. 아직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이 개신교계의 대표 의견이지만,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 역시 개신교계에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해가고 있다는 점은 무시하기 어렵다.  

  차별금지법 오해와 진실
  지난 2007년 법무부가 처음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했을 때부터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지금까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진영의 큰 이유는 바로 동성애였다. 특히 개신교계에서는 만약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동성애에 부정적 견해를 표현하는 설교를 하거나 거리전도를 할 때 처벌받는다며 항상 이 법안을 반대해왔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를 비롯한 기독교 단체 역시 “그 어떤 반대나 비판 목소리도 혐오 발언과 혐오 선동으로 매도돼 처벌하고 특정 소수자의 기분에 따라 법적 처벌을 받도록 만들려는가?”라며 차별금지법 발의를 반대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법안이 금지하는 영역은 네 가지로 정해져 있다. 즉, 차별금지법이 단순히 교회에서 설교를 하거나 길거리에서 발언하는 행위까지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차별금지법이 차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하는 것도 아니다. 네 가지 영역에서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등 23개 항목으로 타인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차별에 대한 일반적인 조치는 조정 및 시정 권고일 뿐이다.
  다만 차별을 당한 사람이 인권위에 진정을 냈을 때나 시정을 위한 어떤 절차가 진행 중일 때, 차별을 한 사람이 ‘보복성 불이익 조치’를 취한다면 형사처벌할 수 있다. 이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안의 제42조 ‘시정명령’과 제51조 3항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두고 형사처벌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는 사법적 구제 절차와 비사법적 구제 절차의 혼동에서 오는 오해다. 사법적 구제는 법원 등의 재판을 통해 이뤄지고, 비사법적 구제는 인권위 등의 행정기관을 통해 조치된다. 이 법의 핵심은 바로 마땅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을 권고를 통해 시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형사처벌이라는 사법적 구제가 아닌 비사법적 구제 절차를 따른다고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국가가 소송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차별이 소명된 경우 법원에서 임시 조치와 이행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도 명시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이라며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차별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이라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제2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동조 제4항에서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며 다른 기본권과 충돌하는 경우 이익 형량해야 한다며 일부 제한하고 있다. 이익 형량이란 두가지 이상의 이익이 충돌할 경우 더 중요한 이익을 보장하고 덜 중요한 이익을 차후로 미루는 것이다. 즉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 타인에 대한 차별을 담고 있는 경우에는 자유로 인정받을 수 없다. 

  앞으로 차별금지법은
  21대 국회에서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은 19대 국회에서의 마지막 발의 이후 7년 만이다. 정의당은 소속 의원 6명 외에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이동주 의원, 열린 민주당 강민정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4명의 의원에게 서명을 받아 가까스로 정족수 10인을 채워 발의했다. 역대 발의 때보다 찬성·지지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여전히 우려와 논란으로 시끄럽다. 일반적으로 법안은 발의 후 본회의 보고, 위원회 회부, 위원회 심사, 심사 보고, 본회의 심의, 정부 이송을 거쳐 공포된다. 차별금지법안은 현재 위원회에 회부돼 심사 중이다. 13년째 발의·폐기만 반복되기 일쑤였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과연 21대 국회에서는 통과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수 기자  guswltn1004@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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