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신앙심이 불러온 대위기

박채원 취재부국장,  독어독문학과

  코로나19 재확산을 남기고 광복절 기간의 짧은 연휴가 끝났다. 연휴 간 나흘 연속 세자릿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지난 15일에는 확진자 수가 279명까지 치솟았다. 광복절 연휴 시작 닷새 만에 총 확진자 수가 약 991명까지 치솟으면서 확산 속도가 무섭도록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의 불씨는 광복절 집회와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번졌다. ‘전광훈 교회’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지난 18일 450명을 넘어섰으며 명단에 등록된 교인 4,000여 명 중 800여 명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는 교인과 집회 지역 방문자들에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행정 명령을 내렸지만, 검사를 받기는커녕 모습도 드러내지 않는 교인들이 많다. 일부 교인은 검사에 불응하고 도주까지 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 1월부터 약 8개월 동안 우리는 일상과 건강을 잃었고, 힘든 나날을 버텨오고 있다. 그야말로 광화문 집회로 인해 정부와 국민, 의료진들을 비롯해 모두가 합심해 쌓아온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집회 참여 및 교회 방문 사실을 속이고 검사까지 받지 않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일부 개신교 교회의 방역 방해는 도를 넘고 있다. 작금의 사태에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랑제일교회가 교인 명단 확보를 위한 현장 조사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등 방역을 훼방하는 행태는 우리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일부 교회는 여기에 동조해 대면 예배 금지 행정명령을 거부하겠다고 한다. 과연 이게 종교가 말하는 정의로운 사회에 맞는 행동인가.
  이번 교회 및 집회로 인한 집단 감염 사태는 코로나19 1차 대유행 이후 맞는 두 번째 위기이다. 대구, 경북, 이태원 클럽발 때보다 전파 속도가 더 빠르고 감염 양상 면에서도 더욱 위험하다. 정부는 결국 다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기로 했으며 감염 확산의 통로가 된 수도권 지역 교회에는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는 기본권에 속해 있다. 하지만 유례없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 때문에 전 세계가, 전국민이, 공동체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대규모 집회의 자유까지 승인해줄 필요가 있을까? 어리석고 이기적인 몇 사람의 일탈이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지금도 충분히 보고 있다. 이미 엎질러진 물, 이제는 또 다시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경각심을 가지고 전국민이 방역 주체로서 역할을 다해야 하며 아울러 재확산의 원인이 된 주체들에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코로나19에 걸릴지도 모르는 지금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것만이 나와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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