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신학기제를 시행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포함해 세계의 70%, 유럽의 80%가 가을 신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 외국의 경우 왜 가을 신학기제를 채택하고 있을까?   
  가을 신학기제는 19세기 말 의무교육제도가 도입됐을 시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농번기가 끝난 후인 가을에 학기를 시작해 아이들이 학교에 올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 컸다. 특히 영국 역사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BBC 뉴스 코리아의 영국 역사협회 회원 폴라 키칭 인터뷰에 따르면. 영국에서 학기 시작을 9월로 정한 것은 농장과 공장이 가장 바쁜 시기를 피하고자함이었다. 1880년대 어린이들은 부모와 마찬가지로 밭, 공장 등에서 일했다. 겨울에는 할 일이 적었기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있었지만 5월 말부터는 과일 수확, 밭 관리 등을 해야 했다. 따라서 영국이 1880년 5~10세 아동의 학교 교육을 의무화하는 교육법을 시행했으나, 무단결석이 매우 심각한 문제로 제기됐다. 결국 각국 정부에서 가을 신학기제를 시행했다.
  미국도 비슷했다. 1852년 매사추세츠주에서 최초로 의무교육법을 시행하려고 할 때 도시와 농촌의 사정이 달랐다. 도시 아이들은 1년에 9달을 학교에서 보내지만, 농촌 아이들은 농사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180일 정도에 불과한 시간만 학교에서 보낼 수 있었다. 따라서 농번기를 지나 추수가 끝나는 9월에 개학하도록 하고, 농한기를 중심으로 수업일수 역시 180일로 정해 도농 간 격차를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우리나라도 근대식 학기제가 처음 도입될 당시 농업제 국가였고 미국의 영향을 받아 가을 신학기제였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4월 시작의 3학기제로 전환했다. 3월 신학기제는 1961년 5·16 군사정부의 교육법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구축됐다. 4월 신학기제에서 학기 도중 방학이 시작돼 학습 중단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이를 막고, 1-2월을 방학으로 하기 위해 학기 시작을 3월로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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