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 가볍게 할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선뜻 답하기에는 망설여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자기소개서를 써 본 사람이라면 무난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취미를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취미는 다른 사람이 나를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 때문에 별거 없는 걸 취미라고 말하면 자신도 별거 없는 사람이 될 것 같아서 걱정된다. 하지만 사실 취미는 별거 아닌 게 맞다.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영어로 취미를 말하려고 하면 hobby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다만 (우리는 초등학교 때 다 그렇게 배웠더라도) 원어민들은 대화 상황에서 ‘What’s your hobby?’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What do you do for fun?’이라고 한다. 한국어로 말할 때도 ‘너 취미는 뭐야?’라는 것보다 뭔가 ‘주말에 뭐 하고 놀아?’가 더 자연스러운 것 같다. 취미는 단순히 자신을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것.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걸 보면 우리에게 취미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취미를 취미라고 소개하지 못하고 감추고 싶어지는 이유는 취미에서조차도 결과를 얻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이는 과정보다 결과에 중점을 두는 우리 사회의 특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비평가가 된 사람을 봤다고 해보자.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대단하다고 추켜올리는 동시에 ‘나는 왜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지 못할까?’같은 생각으로 남의 취미와 나의 취미를 비교한다. 자신의 취미에서도 실력이나 돈, 혹은 명예 같은 것들이 생기기를 바란다. 운동이나 미술품 수집과 같은 오랜 시간과 돈이 필요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압박을 받는다. 다른 사람이 운동 방법이나 미술사에 대해 질문하면 머뭇거리지 않고 술술 대답할 수 있는 전문성을 지녀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취미는 자기 계발이 아니다.
  생산적인 것도 좋지만 나는 오직 자기만족을 위한 취미를 한 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기를 추천하고 싶다. 자기 계발보다 취미가 더 지속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만 하는 사람이건, 취미 생활만 하는 사람이건, 둘 다 하는 사람이건, 어느 순간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이 하던 활동을 그만두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과정보다 결과를 추구하는 사람은 한 활동을 그만두고 또 다른 새로운 소일거리를 찾기가 어렵다. 그 과정에서 마주칠 무수히 많은 자신의 평범한 능력과 썩 좋지 않은 결과들을 그냥 넘기려고 하면 불안감과 강박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생산적인 일로 이어지길 바라는 태도는 취미뿐만이 아니라 지속해서 자기 계발을 하는 데도 방해물이 된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일을 하더라도 만족감만 느껴진다면 취미라고 이름을 붙이면 되기 때문에 다른 활동으로 옮겨가는 게 어렵지 않다. 하물며 멍 때리기, 청소, 낮잠 자기 등도 취미라고 해도 좋다.
  적절한 나만의 취미를 가지는 것은 일상적인 지루함을 견디고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또한 끊임없이 원동력이 주입되는 삶은 분명 더 윤택할 것이다. 그러니 한번 취미를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여기고 취미를 고를 때만이라도 결과주의적인 사고방식은 잠시 버려보자.

김경주 (철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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