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스트레스인지율 추이 만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 출처/ 보건복지부

  「죄와 벌」로 유명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은 무엇에나 적응하는 동물이며 또한 무엇에나 적응할 수 있는 존재이다”라는 말을 했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항상 새로운 세상에 맞닥뜨리며 이에 대한 적응이 요구된다. 인간의 삶은 크고 작은 변화의 연속이기 때문에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평생 짊어질 숙제다. 대진대학교 김영희 교수와 신한대학교 고태순 교수가 공동으로 저작한 논문에 따르면, 성인으로 접어들며 보호자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고 사회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대학생 시기가 특히 적응에 있어 가장 주요한 단계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외에도 삶의 목적 및 가치관 성립, 이성 교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자신이 남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열등감(劣等感, inferority)에 빠지는 요인이 된다. 열등감은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에 의해 창시된 단어로, 사전적으로는 자기를 남보다 못하거나 무가치한 인간으로 낮추어 평가하는 감정을 뜻한다.
  그렇다면 열등감은 무엇이며 왜 대학생들이 열등감을 느끼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살펴본다.

부정적 감정 전국 13개 대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3개월 간 조사했다. 출처/ 금명자, 남향자

  열등감이란 무엇인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열등감을 느끼고 이것을 표출함으로써 올바른 인격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열등감을 부정적이라 생각해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꺼려한다. 그렇다면 이 곤혹스러운 감정의 기원은 무엇일까?
  아들러는 사람들이 열등감을 갖는 원인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제시했다. 이러한 요인들은 첫째,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스스로에게 실망을 느낄 경우, 둘째, 항상 주목을 받던 사람이 주목과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해서 불안과 좌절을 겪을 경우, 셋째, 궁핍한 가정 환경이나 신체적인 장애처럼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을 경우, 마지막으로 협력, 사랑 등의 긍정적 가치를 경험하지 못해서 타인은 물론이고 나조차 못 믿게 된 경우가 꼽힌다. 즉, 열등감이 생기는 원인의 대부분 은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마음 속에 열등감이 위치한 사람은 점점 주변을 왜곡해서 바라본다. 이는 곧 근처 환경이나 공동체 생활에서 상호 작용이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하고, 본인에게 해를 끼치는 삶의 목표를 설정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모든 일에 남들보다 앞서고 인정받으려는 강박감에 시달리며, 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시 자신을 열등한 존재로 단정짓는 악순환에 사로잡히고 만다. 열등감에 빠진 사람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남의 과오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만약 타인의 실수를 찾았다면 이를 자신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설 기회로 삼는다. 그리고 열등감으로부터 오는 절망과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우월감을 추구하고, 결국 비교가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 된다.

  가엾은 청춘들의 열등감
  앞서 말했듯이, 대학생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만약 스트레스가 극복되지 않는다면 타인과의 비교가 시작되고, 그 수준이 지나칠 때 열등감을 초래한다.
  전겸구 심리학 박사는 경험하는 열등감의 요인 대부분은 대인관계와 연결됐다고 주장한다. 대인관계는 가족, 선후배 혹은 동기 간의 관계를 포함한다. 이는 20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에서도 중요하다고 여기는 과업이지만, 새로운 환경에 당면한 대학생 시기에는 그 필요성이 커진다. 따라서 대인관계에 대한 성취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고립을 겪게 되고 정서적 고통과 혼란이 일어난다.
  한편, 열등감이 진로 정체성과 진로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전남대학교 정은균 교수는 아들러의 이론에 기반한 진로상담 프로그램을 2009년에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열등감의 원천으로 추정되는 주변 환경, 가족 관계 등을 탐색하고, 개개인이 지닌 열등감을 우월감으로 전환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정은균 교수의 진로상담 프로그램은 진로를 결정하는데 효과를 주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통해 열등감이 진로에 있어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우리 학교 심리학과 김주은 교수는 “대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색하기 위해 모험과 도전을 할 시기지만 아쉽게도 이런 시간이 부족하다”며 “아울러 출신 성분, 유전자, 거주 환경 등으로 본인의 운명이 이미 결정됐다고 여기는 사회적 문제와 타인에게 의지하고 본인의 선택에 대한 결과를 회피해 이를 책임지지 않는 개인적 문제가 맞물려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주은 교수의 말로 비춰봤을 때, 열등감이 현대에 들어서 많이 생겼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본인의 선택과 노력 여하에 따라 성공의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사회였지만, 지금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그대로 보상이 돌아오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이에 좌절해 무기력해 하는 청춘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즘 나르키소스의 신화를 표현한 그림.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作

  열등감을 극복하려면?
  열등감을 극복하려면 우선 자신이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반대로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혼자서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도 되겠지만, 주변인들이나 상담 센터에 도움을 받는 방법도 효율적이다. 또한 한계를 찾았다고 해서 체념하지 말고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짐으로써 자아 존중감을 기르는 것도 열등감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김주은 교수 역시 “사람은 누구나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이면이 존재하며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고, “이젠 그들을 단순히 우상으로 헤아려 부러워하거나 좇기 보다는 본인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열등감 극복에 대해 조언했다. 이것은 달리 해석하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믿어도 자신을 먼저 이해해야 다른 사람이 나를 인정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열등감을 극복하는데 실패한 사례엔 대표적으로 2018년에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꼽힌다. 범죄 심리학자들은 가해자가 사건을 일으킨 가장 유력한 동기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느꼈고 이것이 피해망상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자신을 완벽하다고 단정짓는 정도가 심각해지면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갇힌다. 나르시시즘은 그리스 신화에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한 나르키소스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의 특징은 자기 자신에게 강한 애착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유년기에 보호자로부터 애정을 받지 못해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만일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성장하게 되면 과시를 통해 본인의 존재 가치가 드러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를 실행하지 못할 때는 자신이 뒤처진다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열등감을 반드시 이겨내야 하고 떨쳐버려야 할 존재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 김주은 교수는 “열등감을 떨쳐내기 위한 첫 걸음은 바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면서 생활하는 것이다”라며 자아 존중감을 높여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것이 아닌 자기 주체적인 삶을 산다는 것. 비록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자아 존중감이 높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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