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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독서권택영 저, 『생각의 속임수』
충대신문 | 승인 2020.01.07 10:57|(1159호)

  삶은 녹록지 않다. 초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공부해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고,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졸업해도 진로가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 서고, 그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하물며 요즘은 AI마저 인간의 경쟁상대가 되었다.
  <생각의 속임수>라는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제목에 덧붙은 ‘인공지능이 따라 하지 못할 인문학적 뇌’라는 부제가 제일 먼저 내 눈길을 붙잡았다. 일본에선 인공지능이 시도 쓰고 소설도 써서 신춘문예 예선까지 통과했다. 바둑기사 이세돌은 AI와의 대국을 끝으로 바둑계를 은퇴하지 않았나. 인공지능이 따라 하지 못할 인간의 뇌 영역이 과연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째로 호기심을 끈 것은 저자의 이름이었다. 이 책을 쓴 권택영은 영문학자이며 문학평론가로 잘 알려진 분이다. 나 역시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하며 그분이 일찍이 번역한 제라르 쥬네트의 『서사담론』이라는 책을 자주 참고하였으며, 석사과정에서 공부할 때 문학 관련 학회에서 그분의 발제를 직접 들어본 적이 있다. 책의 서문에서도 저자 스스로 밝힌 대로, 평생 문학평론과 번역에 힘쓴 영문학자가 갑자기 웬 뇌과학이란 말인가. 그러나 이 책에서 소상히 풀어쓰고 있는 바대로, 인간과 인공지능을 가르는 중대한 차이가 ‘회상’능력에 있다면, 더구나 그 회상의 과정에는 항상 차이가 발생하는데 여기에 인간의 ‘상상력’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상상력을 가장 큰 동력으로 하는 문학을 평생 연구한 학자가 뇌과학에 흥미를 갖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저자의 오랜 인문학적 경험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뇌과학의 영역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놓아 읽는 이를 즐겁게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그리스신화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대성당』 같은 익숙한 소설,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필경사 바틀비」와 「정글 속의 짐승」 같은 미국 단편, <백 투 더 퓨처>, <다이하드> 등의 영화를 예로 드는데, 이런 작품을 통해 좀 더 쉽게 뇌과학을 설명하려는 의도에서다. 뇌과학이라 하니 어려운 이야기일 것 같지만, 읽다 보면 우리가 자주 겪는 일상의 경험들을 뜻밖에 명쾌하게 해명해준다. 일례로, 우리는 종종 기억해야 할 사람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 결례를 범하면서도 잊어도 될 모욕적인 말은 또렷이 기억하며 거듭 괴로워한다. 왜 그럴까 궁금하면 77페이지를 펼쳐 보라. 세상을 살다 보면 사람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는데, 너무 어울리다 보면 세상이 나를 삼키고, 너무 안 어울리면 고독이 나를 삼킨다. 이런 타인과의 관계에 관한 물음에 대해서도 86페이지를 보면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이런 것 말고도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어디를 가야 하는지, 사랑에 목매거나 가슴 덜컥 내려앉지 않을 수 있는 비결 등 대학생들이 알아두면 좋을 실질적인 뇌과학 지식이 곳곳에 숨어 있으니 조금 노력해 찾아보시라.
  이 책의 끝부분에서 저자도 ‘현재를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냥 부딪히는 현실을 무조건 성실히 최선을 다해 사는 길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한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비전은 현실을 견디는 수단일 뿐 모두 참모습이 아니며, 삶은 ‘영원한 현재’라고. 이렇듯 중요한 현재를 잘 살기 위해 우리에겐 몇 가지 방편이 필요하다. 일테면 좋은 기억들로 나쁜 상처를 덧칠하는 연습이라든가, 사랑을 통해 마음에 친근한 감정과 좋은 추억을 많이 저장하는 것 말이다. 우리 뇌는 안전과 행복을 위해 과거의 경험들을 저장한다. 그것들을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허구를 개입시켜 회상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상상력, 내러티브를 만드는 능력이 바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변별점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마기영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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