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과 메가트렌드에 관한 단상

  새해가 밝았다. 365일을 한 해로 묶어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주기(週期)가 있다는 것은 유용한 일이다. 다시 시작은 각오를 새로 다지는 시간을 주고, 끝은 성취를 만끽하고 회고하고 쉬는 시간을 준다.
  2020년은 윤년(閏年, leap year)이다. 태양력으로는 4년마다 한 번 2월에 평년의 28일보다 하루가 더 있어 29일이며, 태음력으로는 19년에 일곱 번 윤사월이라 하여 4월이 한 번 더 있다. 덤이라고 할까. 우리나라에는 “윤년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매달아 놓아도 탈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윤달은 하늘과 땅의 신이 사람에 대한 감시를 쉬는 기간이라서 불경한 일을 해도 신이 벌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때 이장을 하는 풍습이 있다. 이탈리아도 비슷하다. 윤년은 규칙이 없는 해라서 사업이나 결혼 등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좋을 때라고 한다.
  아일랜드나 노르웨이에서 2월 29일은 여자가 남자에게 프러포즈하는 날이다. 프러포즈를 받은 남자는 받아들여야 하며, 만일 받아들이지 않으면 여자에게 장갑 12개를 선물해야 한다. 장갑을 껴서 반지가 없는 손을 가리라는 뜻이다.
  새해가 되면 이곳저곳에서 그해의 메가트렌드를 발표한다. 그중 피터 피스크(Peter Fisk)가 꼽은 ‘메가트렌드 2020-2030’이 흥미롭다. 그는 성장은 변화하고 있으며 혁신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혼란은 가속화되고 있으며 기대는 높으며 사회적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극적인 변화의 힘을 이해하고 활용하면 더 나은 전략적 선택을 하고 더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그는 향후 10년간 극적인 변화의 힘으로 경제력의 변화, 기후변화와 자원 부족, 기술혁신, 사회 변화, 빠른 도시화 등 다섯 가지를 뽑았다.
  2040년이면 E7(신흥경제국)의 경제력 규모가 G7의 두 배가 되는 등 신흥경제국이 성장시장이 된다. 경제력의 변화는 힘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다시 동쪽에서 배울 시간이라는 걸 시사한다. 지구의 자원 부족이 심화하고, 탄소배출이 지구온난화를 촉진하고, 오일이 점점 줄어든다. 자원 부족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걸 생산해야 하고, 석유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되고, 탄소 기반 이동성이 감소한다는 걸 시사한다.
  기술변화의 범위와 속도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데이터는 새로운 오일이 되고, 신흥 산업과 기회의 잠재력이 커진다. 기술혁신은 IOT가 생활과 연결된 드라이브가 되고, 로봇 공학과 AI를 통한 생활 수준이 향상된다는 걸 시사한다.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노인 인구도 증가하고, 아이들은 적어진다. 사회 변화는 건강관리 지출이 늘어나고, 로봇이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소비자 선호가 식품산업을 변화시킨다는 걸 시사한다. 도시로의 이주가 빨리 진행되고, 도시 생활을 더 선호하게 된다. 빠른 도시화는 스마트 시티와 새로운 인프라가 등장하고 리소스가 공유되고 그룹행동은 새로운 방식으로 지배된다는 걸 시사한다.
  2020년은 윤년이다. 덤(閏)이 있는 해이며, 뛰어오르는(leap) 해이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의 해이기도 하다. 기회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읽고 준비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우리 모두 2020년을 그렇게 만들기를 기대한다. 또한, 새로이 충만한 기운을 채우고 모두 건강하고 건실하고 풍요로운 한 해를 맞이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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