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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고마운 질문
충대신문 | 승인 2020.01.07 10:44|(1159호)
독어독문학과 함수옥 교수

  강단에 서기 시작하면서부터 수강인원이 적다 싶을 때면 내가 용감하게 실행하는 수업 방식이 있는데 바로 탁자에 둥글게 모여 앉아 자유형식의 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유학 때 경험했던 세미나식 수업의 영향이었다. 처음 그런 유형의 수업을 접했을 때는 나는 사실 부정적이었다. 학생들이 중구난방 각자 떠들어대느라 배가 산으로 가는 걸 보면서 도대체 독일 교수들은 월급 받고 뭐하나 생각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결국 내가 질문이라도 하나 하거나 의견을 한 번이라도 말했던 수업의 내용은 소위 유명한 교수님의 명강의보다 내 뇌리에 더 오래 남았다. 수업의 목적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의 장점을 나는 확신하게 되었고 기회가 되면 이 방식을 활용하고자 했다.
  초짜 강사 시절 모 대학의 독문과에서 그런 토론 형태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 빈 모더니즘 시대의 고전 작품을 새롭게 들어가는 주간이라 작품에 대한 감상을 교환하는 것부터 시작하려는데 학생 하나가 불만 섞인 어조로 내게 질문을 했다. 왜 하필 이런 작품을 읽게 했냐는 것이었다. 결혼 생활에 권태를 느껴서 각자 일탈을 꿈꾸는 100년 전 부부의 이야기와 자신은 전혀 상관이 없고 공감할 수가 없다보니 읽는 내내 너무 지루했다는 것이다. 이 항의성 질문에 당혹스러워진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머릿속에서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정보, 시대적 배경, 인물 유형 분류, 상징 분석, 작품의 문학사적 의의 등등 온갖 것들이 빙빙 돌았지만 이런 예상치 못 했던 질문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다행스럽게도 학생들 중 하나가 그 학생의 질문에 조심스럽게 반문하는 형식의 의견을 내면서 점차 한 둘씩 이에 의견을 보태기 시작했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지금까지 나의 강단 생활 중에서 그 학생의 질문은 내게 가장 기억에 남고 내가 지금도 매우 고맙게 여기는 질문이다. 그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이 다소 황당한 질문의 답을 찾으려 이야기를 나누다가 종국에는 문학의 기능이란 무엇인가 라는 내가 준비했던 것보다 훨씬 수준 높은 토론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그 질문이 교수자로서의 내 태도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권한 작품이 못 마땅하다던 그 학생은 가장 진지하게 그 작품에 접근했던 것이다. 단순히 고전이니까, 과제이니까 라는 관성적 태도로 읽으려던 것이 아니라 정말 이해하고 싶었기에 그런 불만과 질문이 생긴 것이었다. 내가 당황했던 것도 그 질문이 결국 작품을 고를 때 내가 간과했던 점을 짚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그 수업 이후로 나는 현재 우리의 학생들이 공감대를 좀 더 쉽게 형성할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일까, 혹은 소위 고전이라 할 작품들에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적절한 교수법은 무엇인지 숙고하게 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질문과 토론에서는 진행이 내 각본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돌발적 상황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 생각의 틀을 벗어난 질문은 학생만이 아니라 교수자인 나를 더 많이 배우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의실에서 내가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보 같은 질문은 하나도 없다’이다. 질문한다는 것은 자신이 배우는 내용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사고는 더욱 명료하고 예리해진다. 질문하는 행위 자체가 바로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지성인의 기본 소양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이다. 2020년 새해부터는 모든 충남대 학생들이 자신이 배우는 것에 질문을 하나씩 생각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어떨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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