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의혹의 예시 표절 논란에 싸인 작품(좌)보다 6개월 먼저 나온 작품(우)

  몇 년 전, 작곡가 P씨를 필두로 랩퍼 B씨와 싱어송라이터 R씨 등 ‘표절 논란’이 가요계를 휩쓸었다.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난 일도 있는 반면 ‘장르적 특성’이라는 말로도 넘어갈 수 없는 사건도 있었다.
  표절 시비로 도마에 오른 뮤지션들은 대부분 논란을 피하기 위해 샘플링(Sampl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샘플링은 기존의 음악에서 일부를 따와 자신의 음악의 재료로 삼는 행위를 말한다. 샘플링은 표절과 달리 원작과 비교해 독자적이고, 창작적인 표현을 추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를 이용해 논란에 선 뮤지션들이 대중들이 샘플링을 표절로 오해했다고 주장하면 비전문가의 입장에선 반박하기 어렵다.
  이처럼 샘플링과 표절은 그 경계가 모호하다. 하물며 샘플링의 유사 개념인 패러디 역시 샘플링과의 차이점이 불분명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기사는 저작권법, 특히 표절과 패러디의 비교를 중점으로 다루고자 한다.

  표절이란 무엇인가?
  표절(Plagiarism)은 타인의 저작물과 유사한 작품을 자신이 창작한 저작물인 양 발표하는 행위를 말한다. 1,200여 년 전 당나라의 문장가 유종원(柳宗元, 773~819)의 저서인 「제북집(濟北集)」에도 표절이라는 단어가 발견될 정도로 표절은 오랫동안 지속돼 왔으며, 문학뿐만 아니라 예술  등지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저작권법은 원저작물의 표현을 보호한다. 이 중 저작권법 위반이 저작권 침해이고, 타인의 저작물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한다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더라도 표절이 된다. 타인의 저작물을 자신의 작품처럼 발표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2008년 인하대학교 법학연구소에서 제시한 표절의 유형은 아래와 같다.
  ⑴ 작품에 표절이라는 것이 드러날 정도로 작가에 의해 의도된 경우
  ⑵ 작가가 표절을 의도했으나, 타인은 알아볼 수 없는 경우
  ⑶ 비록 작가가 표절을 의도하지 않았으나, 작품에서 드러난 경우
  ⑷ 표절을 의도하지도 않고 타인도 알아볼 수 없는 경우
  표절은 남의 저작물을 베꼈다는 것이 확실할 때만 적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대법원 판결(2005다44138)이 있다. 해당 사건의 판결은 표절로 의심되는 소설이 원작과 대비해 분량, 등장인물 등이 대폭 줄어들어 구체적인 줄거리의 전개 등을 단순화했으며, 심지어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결말을 바꾸는 등 상당한 변화가 가해져, 결국 원작 소설과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렇듯 표절의 기준은 애매모호하고 가변적이다.

패러디의 예시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연기자들(좌)이 이모티콘 캐릭터(우)로 분장했다.

  패러디란 무엇인가?
  패러디(Parody)는 원작의 소재를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기법으로 서양에선 19세기부터 영화와 연극 등을 통해 성행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의 시가인 「해가(海歌)」를 「구지가(龜旨歌)」의 패러디로 볼 정도로 패러디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오랜 기간 널리 사용돼 왔다.
  하지만 원작을 무단 이용한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와 같은 법적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이처럼 패러디는 원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로 봐야 한다는 긍정적인 의미와 원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을 경우, 원작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침해물’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현행 저작권법은 패러디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진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패러디는 종합 예술 분야에서 차용되는 등 그 범위가 다양해서 정확히 어떤 형식의 패러디를 법적으로 규정할 것인지 명문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패러디로 인해 생겨난 저작물에 대해서도 ‘원작의 2차적 저작물’이라는 의견과 ‘원작과 구별되는 새로운 저작물’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원작의 2차적 저작물이라 주장하는 이들은 원작을 미세하게 사용했더라도 원작과 패러디간의 실질적 유사성을 근거로 제시한 한편, 원작과 구별되는 새로운 저작물이라 말하는 이들은 네 가지의 기준을 제시했다.
  ⑴ 패러디의 의도를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 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
  ⑵ 패러디는 원작과 별도의 독자층을 갖고 있다.
  ⑶ 원작에 대한 풍자의 방식으로 비평이 수반된다.
  ⑷ 원작자가 자기 작품에 대한 패러디를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창작 자체가 어렵다.
  그러나 실제로 패러디를 2차적 저작물과 구분해 독립적인 저작물로 규율하는 경우는 드물다.

  저작권 침해 요건 기준
  2007년 대법원의 판례(2005다35707)에 따르면 저작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기 위해선 저작권 침해 의혹을 받는 작품이 원작에 의거해 만들어졌다는 근거 외에 원작 간의 실질적 유사성도 존재한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다음은 2013년 전북대학교 법학연구소에서 발행한 논문을 참고해 작성한다.
  객관적 요건
  ▲실질적 유사성: 유사하지만 완전히 동일하지 않을 경우가 있다. 이때 전술한 실질적 유사성으로 표절을 판단하는데, 원작과 유사점이 많지 않아도 원작의 결정적인 부분이 일치하면 저작권 침해로 인정된다. 즉, 양보단 질로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적인 부분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다만, 어떠한 양과 질이 실질적 유사성을 결정하는지 그 기준에 대한 모호성이 존재한다.
  판단 기준
  ▲관람자 기준: 대개 유사성은 일반인의 시선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기준을 관람자 기준이라 한다. 하지만, 그 판단을 어떻게 확인하는지 다소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작품을 합리적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의 일반인들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절 논란을 피하려면
  많은 학우들이 외부 자료의 출처를 표기하는 방법에 익숙치 않아 의도치 않게 표절을 하는 사례도 있다. 이번엔 글을 쓸 때 어떻게 해야 표절을 피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인용을 하는 방법이다. 인용은 직접 인용(Quote), 다시 쓰기(Paraphrasing), 요약(Summarizing) 등이 있다. 직접 인용은 큰따옴표를 사용해, 원저작물을 그대로 싣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쓰기는 원저작물을 자신의 것으로 재창조하는 것을 말하며, 요약은 원저작물을 짧게 줄이는 것을 뜻한다. 요약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문헌의 내용을 종합하고 연결하는 과정이 필수이기 때문에 해당 원문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출처를 밝히는 것도 중요한 해답 중 하나다. 현대에선 CMS(The Chicago Manual of Style) 방식이 가장 많이 쓰인다. 이 방식에 따르면 각주, 미주에 쓰일 때(저자, 제목(출판지, 출판사, 출판년도), 쪽수)와 저서 말미에 참고문헌만 모아서 작성할 때(저자, 제목, 출판지, 출판사, 출판년도)로 나뉜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글을 자주 써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표절을 하는 학생들은 대개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표절을 하게 되는데, 평소에 글을 써봄으로써 이러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 아울러 평소 글을 읽을 때, 타인과 나의 생각을 잘 구분해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 표절을 피할 수 있다.
  표절을 피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안은 레포트나 논문을 작성하는 연구자들에게 지적재산권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지니게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바람직한 글쓰기를 실천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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