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칙 전임교원 배정, 심히 우려스럽다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

  국립대를 운영함에 있어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돼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전임교원 배정 원칙이다. 학문의 발전,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정교하게 짜인 커리큘럼의 핵심을 전임교원들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전임교원 수를 함부로 조정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이유로 각 학과의 전임교원 수는 대학의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지켜져 오던 암묵적 원칙이었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교육 수요가 발생해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우리 대학의 현 집행부는 합리적 원칙에 따라 전임교원을 배정하고 있는가? 최근 사례를 보면 현 집행부가 과거의 암묵적 원칙을 납득할만한 설명 없이 폐기처분한 것은 아닌가, 해당 학과는 본부의 결정을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 전임교원을 배정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경제학과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무려 9명의 교수가 퇴임했지만 불과 4명의 전임교원을 배정받았다. 최근 1년 동안에는 4명이 퇴임했는데 2명만 배정 받았다. 만일 최근 우리 대학의 전체 전임교원의 숫자가 줄어들었다면 이해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해당 기간 우리 대학의 전임교원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대학 전체의 전임교원 수가 늘어나는 와중에 특정 학과의 전임교원 수가 줄어든다면 본부는 성의 있게 그 이유를 설명해줘야 하지 않을까? 
  어떤 과의 전임교원 수를 대폭 줄인다는 것은 학내 자원의 배치를 크게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그 이유와 원칙에 대해서 본부는 설명해야 하고 구성원의 이해를 얻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면 수긍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전임교원 배정 기준과 자세한 내용에 대해 경제학과가 본부에 요청한 결과 현 집행부는 전임교원 확보율도 고려하지만 대학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는 답변을 제시하였는데, 다시 대학의 ‘정책적 판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밝혀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라고 답변해왔다. 전임교수가 대폭 줄어 제대로 과를 운영하게 된 상황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합리적인 전임교원 배정 원칙이 있다면 왜 밝히지 못하는가?
  거점국립대학교는 지역뿐 아니라 전국 단위에서 활동하게 될 인재를 양성하되 어떤 하나의 학문에 치우치지 않고 전체 학문에 걸쳐 두루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소위 인기가 없다고 여겨지는 학문들도 국립대는 보호하고 육성하고 있으며 사회적 인기와는 상관없이 핵심 교과목들은 전임교수들이 책임지고 있다. 각 과의 구성과 규모, 전임교수 숫자는 국립대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와 이유를 가진 하나의 암묵적 원칙이다. 따라서 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그런데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학교를 책임지는 단기 집행부가 자신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백년대계여야 할 구조를 흔들어버린다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인가? 정책적 판단기준이라는 이름의 자의적인 운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임교원 수는 한 번 늘리거나 줄이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일단 결정되면 그 구조는 거의 영구적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결정을 내려 숫자가 크게 줄어들게 된 학과는 그 학과뿐 아니라 그 학문 발전에 장기적으로 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전임교원 배정은 신중해야 하며 대규모의 조정을 하고자 한다면 대학의 장기 비전과 관련된 명확한 기준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현 집행부가 합리적인 전임교원 배정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그 기준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4년을 책임지는 단기 집행부가 대학의 장기 발전에 해를 끼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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