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저,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친숙한 서양화가를 꼽으라면 누굴 꼽을 수 있을까. 아마 ‘피카소’나 ‘샤갈’과 더불어 ‘빈센트 반 고흐’의 이름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고흐라 하면 노란 빛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별이 빛나는 밤>이나 붕대로 얼굴을 칭칭 감은 <귀를 자른 자화상>, 횃불처럼 금방이라도 타오를 듯 일렁이는 <싸이프러스>가 먼저 떠올라 왠지 모를 광기를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았다.
  고흐의 편지들을 묶어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기고 엮음, 예담)를 읽고 마음이 흔들렸다. 고흐라는 사람에게 점차 매료됐다.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반드시 그리겠다는 열망과, 현실의 곤궁으로 괴로워하는 고흐의 모습이 그가 쓴 편지들에 드러난다. 그의 어려움이 느껴져 마음이 아린다.
  생전에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무려 668통이나 되는 편지를 썼다. 고흐가 쓴 편지들과 동생 테오의 답장을 읽어보면, 그들의 진한 형제애를 느낄 수 있다. 고흐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경제적 뒷받침을 테오가 도맡았을 뿐만 아니라 형을 진심으로 믿고 사랑한 영혼의 지지자였다.
  “지금 그림이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히는 까닭은, 네가 그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제약으로 힘들어하는 고흐의 번민이 나타나는 편지글이다. 이에 대해 테오는 “형은 내게 빚진 돈 얘기를 하면서 내게 갚고 싶다고 말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내가 형에게 원하는 것은 형이 아무런 근심 없이 지내는 거야.”
  라고 답장한다. 테오는 진심으로 형을 아끼고 도왔다. 또한 테오가 여동생 윌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가 형 고흐를 예술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무척 사랑하고 좋아했음을 알 수 있다.
  “형은 새로운 생각의 챔피언이다. 게다가 형은 항상 남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란다. 형의 편지는 정말 재밌어. 형이 더 자주 쓰지 않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경제적 빈곤과 허약한 몸 때문에 고흐의 편지 곳곳에는 우울하고 어두운 색채가 묻어 있다. 그러나 그의 그림이 모두 어둡고 칙칙한 것은 아니듯, 그의 편지에서도 밝게 빛나는 대목들이 눈에 띈다. 바로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그림의 소재가 되는 자연에 대해 이야기 할 때다.
  “온 세상이 비에 젖어 있는 장면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비가 오기 전에도, 비가 올 때도, 그리고 비가 온 후에도. 비 내리는 날에는 꼭 그림을 그려야겠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과거에 이런 행운을 누려본 적이 없다. 이곳의 자연은 정말 아름답다. 모든 것이, 모든 곳이 그렇다. 하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파랗고, 태양은 창백한 유황빛으로 반짝인다. 천상에서나 볼 수 있는 푸른색과 노란색의 조합은 얼마나 부드럽고 매혹적인지.”
  아를에서 그린 그의 그림들에 자주 쓰인 ‘신선한 버터 같은 노란색’이 떠오르는 문장이다.
  책을 읽으며, 고흐가 임신한 채 남자에게서 버림받은 여인, 시엔을 구제해 준 것을 알게 됐다. 고흐는 정열적인 예술가면서 숭고한 인간애의 소유자였다. 고흐에 대해 알지 못했던 여러 사실을 알게 되는 것과 더불어, 편지에 등장하는 그림들이 컬러 삽화로 배치돼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큰 재미 중 하나다. 마치 고흐가 도슨트가 돼 자기 그림을 해설해주는 걸 듣는 것처럼, 그의 이야기와 삶, 그림을 살피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흐라는 이름의 화가, 그러나 깊이 알지 못했던 그의 예술과 철학과 사랑이 그림과 글로 펼쳐지는 책이 『반 고흐, 영혼의 편지』이다. 마치 고흐가 남긴 마지막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처럼 무한한 상상과 감동의 물결이 마음의 지평선에 일렁거린다.

마기영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