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같은 달 프랑스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에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영화의 관람 등급 적절성 여부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이 갈리고 있다. 국내에서 15세 이상의 관람등급을 받았으나 프랑스는 전체 관람가로 개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상물 관람등급에 대한 기준이 주목을 받았다. 최근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이에 맞춰 영상물 등급분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 영상물 관람등급분류제도와 그 역사를 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기관과 영상물 관람등 급제도의 발전을 알아보자.

국내 영상물 관람등급과 관람 시청 등급. 인포그래픽/ 김수한 기자


  국내외 영화 관람등급 분류
  한국은 유통 이전에 영상물을 분류하는 사전등급분류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등급제도는 연령등급분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연령 등급은 1999년 2월 8일 공표된 「2차 개정 영화진흥법」에서 등급심사의 주체를 영상물 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 정한 것에 따라 영등위가 영화, 비디오 등의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 영등위는 영상, 청 소년, 언론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법정 민간기구로서 영화·비디오물, 공연물, 광고·선전물의 윤리성 및 공공성을 확보하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다. 등급분류는 영상물을 신청받으면 해당 부서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전문위원이 사전 내용을 검토하여 소위원회에서 등급을 결정하고 해당 부서가 이를 통보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연령 등급은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7가지 요소의 표현 정도를 고려해 결정된다. 일부 관람객들에게 등급이 부적절하다는 평을 받았던 영화 '기생충'은 약물 사항이 보통 판정을 받고 나머지 요소들이 다소 높음 판정을 받으면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결정됐다. 

  미국의 경우 미국영화협회와 미국영화상영업자협회 및 외국영화수입·배급업자협회에 의해 설립된 자율적인 영화 심사기구인 등급분류협회가 담당하고 있다. 등급분류협회는 자녀를 둔 경험이 있는 민간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미국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들의 영화 관람에 대한 결정을 돕고 적절한 등급을 정한다. 또한 이 협회는 인사와 예산에 있어 정부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율기관이다. 등급분류는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제작되는 영화는 반드시 등급분류를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상영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극장주협회에 따르면 대부분의 극장주는 등급분류제도를 자발적으 로 준수하고 있다. 연방국인 미국은 각 주가 적용하는 법적 규제가 서로 다르므로 전국 배급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모든 주가 수긍할 수 있는 규제시스템을 정립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등급 영화나 NC -17(만 18세 미 만 관람불가)등급의 영화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이 광고해 주지 않고, 미국 최대의 비디오 대여 체인점인 Blockbuster사는 이러한 등급의 영화를 취급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채산성이 없기 때문에 주류영화는 등급분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프랑스의 경우,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규제가 관대한 편이다. 한국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프랑스 영화 '해피 이벤트'의 경우 프랑스 내에서는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프랑스의 영화 상영등급 분류는 프랑스 문화부 산하에 있는 영화등급 분류위원회에서 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수상에 의해 임명되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행정 각부의 대표자들 및 그 대리인으로 구성된 위원회, 영화산업, 프랑스 가족단체, 프랑스 청소년청, 프랑스 시장협의회의 대표자들과 그 대리인으로 구성된 위원회, 심리학자, 사회학자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영화산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강제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영화에 대한 등급심사를 행하며 심사 후 검열 필증에 대한 발급을 거부할 수 없으므로 영화에 대한 상영 자체를 사전에 완전히 봉쇄하는 검열을 하지 않는다. X등급(만 18세 이상 성인전용) 영화의 경우, 전문상영관에서만 상영해야 하며 이를 상영하는 자에게는 중과세가 부과되고, X등급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와 배급사 및 상영관은 정부 차원의 보조금이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외에도 독일, 러시아, 멕시코 등 여러 국가가 영상물의 등급을 연령별로 분류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앞선 국가들은 다양한 영상물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등급분 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일부 국가는 민간 자율기구에 의해 영상물에 대한 사전심의 및 등급분류를 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미국과 프랑스의 영화 관람등급 분류. 인포그래픽/ 김수한 기자

  국내 영상물 등급제도
  한국에선 영등위가 영화, 비디오, 광고 등의 영상물의 등급을 분류한다. 이들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영상물의 등급분류, 사후관리, 외국인 국내공연 추천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영등위 의 등급분류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해 등급분류 편수는 영화의 경우 국내 923편, 국외 1,577편이었고, 비디오물은 국내 4,099편, 국외 2,816편으로 집계됐다. 광고물의 경우 영화의 예고편 광고 7,127건, 극장에서 상영하는 상업광고인 광고 영화 68건, 영화 및 비디오물의 광고선전물 32,868건이었다. 또한, 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온라인으로 직접 등급분류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영등위에서 운영하는 영화등급분류 모의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등급분류 체험도 가능하다.

  드라마, 예능과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등급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규정한 텔레비전 등급 제도를 방송업자의 심의를 거쳐 정해진다. 「방송법 제 33조」에 따라 방통위는 텔레비전 등급 제도를 규정했고, 방송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사전 심의를 통해 프로그램의 주제, 폭력성, 선정성, 언어 사용, 모방위험의 5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한다. 지상파 뉴 스, 경제 및 증권 전문 채널, 스포츠 채널 등은 등급제도 대상에서 제외되며 드라마, 예능, 음악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시청등급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텔레비전 등급제도는 방영 중 시청등급이 조정되는 사례가 빈번하고 방송사마다 시청 등급을 매기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신뢰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청 등급 연령 미달의 어린이, 청소년이 해당 방송을 접하기 쉽고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도 없기 때문에 시청등급 제도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영상물 관람등급제도의 발전
  주로 영화관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영상물을 접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모바일을 주축으로 하는 다양한 영상 플랫폼들의 영상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영상 플랫폼의 환경에 맞춰 기존 영상물 등급분류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5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5G 시대 콘텐츠 공급 서비스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신홍균 국민대학교 법학과 교수(이하 신 교수)는 달라진 시대의 흐름을 언급하며 기존 제도의 개선을 주장했다. 신 교수는 “극장에서의 상영을 전제로 하는 구「영화 진흥법」과 비디오물을 수록한 음반의 오프라인 유통을 전제로 한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에서 기원한 등급분류제도는 최근 성장하고 있는 융합콘텐츠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며 “각종 소셜네트워크나 유튜브를 시청 제공 경로로 하는 비디오물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과연 등급분류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내용이 유사한 콘텐츠임에도 방송프로그램, 영 화, 뮤직비디오, 1인 방송 콘텐츠가 전부 다르게 취급돼, 제도의 실효성 자체가 저해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신 교수는 “등급분류를 다양한 민간에 맡기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며 “민간에 의한 등급분류제도를 도입하는 동시에 완충장치로 영등위의 등급분류 창구를 유지한다면 선의의 경쟁자로서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의 경우, 미국과 일본은 민간 자율 등급분류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인들로 구성된 등급분류협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등급분류에 만족하지 못하는 제작자나 배급업자들을 위해서는 탄원위원회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일본은 영화제작사와 배급사 등이 모여 ‘영화윤리 규정’을 제정하고 영화윤리관리위원회는 이 규정을 따른다. 영화윤리위원회 위원장의 임명권과 사무국장 추천권은 영화윤리유지위원회가 갖고 있지만, 등급심의는 철저히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운영예산도 심의료로만 충당하고 있다. 또한 ‘연소자 영화심의’를 별도로 둬 등급심의를 감시·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는 이미 영화등급분류기구가 민간자율화 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민간 자율 영화등급제도의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성환 문화체육관광부 영상 콘텐츠 산업과 과장은 “기본적으로 자율 등급제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있다”며 “매년 영등위의 심의 영상물이 2,000건에서 4,000건, 8,000건으로 2배수씩 늘어 나고 있는 상황이라, 영상물 홍수의 시대라는 표현에 공감하며 콘텐츠 쿼터를 비롯해 제도적 변화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미디어의 발전으로 이제는 내가 있는 곳에서 원하는 영상을 언제든지 볼 수 있다. 그러나 영상물에 대한 제도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발전의 속도에 맞춰가지 못하고 있는 것 이 사실이다. 또한, 표현의 자유가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로서 확실히 인정받게 되면서, 등급분류는 이제 청소년 보호가 유일한 목적이 됐다. 다양한 영상 플랫폼과 이를 자주 이용하는 연령 층인 청소년은 영상물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상물 등급분류제도의 개선과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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