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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식사

                                                         이재무

사발에 담긴 둥글고 따뜻한 밥 아니라
비닐 속에 든 각진 찬밥이다
둘러앉아 도란도란 함께 먹는 밥 아니라
가축이 사료를 삼키듯
선 채로 혼자서 허겁지겁 먹는 밥이다
고수레도 아닌데 길 위에 밥알 흘리기도 하며 먹는 밥이다
반찬 없이 국물 없이 목메게 먹는 밥이다
울컥, 몸 안쪽에서 비릿한 설움 치밀어 올라오는 밥이다
피가 도는 밥이 아니라 으스스, 몸에 한기가 드는 밥이다

  본 시는 이재무 시인의 2012년 제 27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작품이다.
  ‘쉬운 것’, ‘자극적인 것’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번 보고 나서 그 속에 숨은 의미를 찾을 필요가 없는, 즉 이해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는 그런 ‘쉬운 것’들, 그리고 선정적이거나 놀라운 발상으로 무장한 ‘자극적인 것’들, 가령 연극보다 웹 드라마처럼 말이다. 현대인은 바쁘고, 그 와중에 문화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선택된 녀석들이 그런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재무 시인의 시 역시 어렵지 않다. 가장 쉬운 단어를 사용했으나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 그리고 그런 시를 뒷받침하고 있는 수사들은 수준급이다.
  상기 시를 보면 2연까지 밥의 모양, 3연에서 7연까지 먹는 이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 두 연에 화자의 감정을 배치했다. 아주 평범한 흐름이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배치를 통해 하층민의 설움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서정시 <길 위의 식사>에서는 분명히 존재하는 시적 자아를 문맥 속에 숨겨서 시적 대상인 ‘밥’에게 전이시킨 후 시인의 감정을 독백한다. 독자는 시적 화자의 입장이 되어서, 어렵지 않은 시를 어렵지 않게 읊조리며 화자의 상태와 감정에 공감하며 그 속에 녹아들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하층민의 어려움은 한 개인의 설움이 아니라 모두의 설움으로 바뀌게 되고, 이것이 이 시가 가진 전형성과 보편성이 된다.
  꼭 어려운 표현으로 다양한 해석의 장치를 배치하고, 숨은 의미를 두어야만 좋은 작품일까? 물론 그런 작품들도 가치가 있는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쉬운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대중들이 그것을 향유하고, 그것들이 모여 문화가 되고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만 있다면, 또한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홍승진(한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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