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할당제, 기울기 바로잡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아무리 공정한 규칙을 가지고 경기를 해도 승부는 정해져 있다. 게다가 한 번 기울어진 건 가속을 붙여 더 빠르게 기울어지게 마련이며 결국 경기는 고사하고 추락하게 된다. 불행한 사실은 지금 우리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는 거다.
  불균형, 양극화, 격차, 이런 용어를 사회 어느 지점에 갖다 붙여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면 과장일까. 양극화의 배경에는 개인의 노력과 분발로는 어찌해 보지 못할 구조적인 결함, 불평등의 문제가 덫처럼 놓여 있다.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격차가 심화하고 사회갈등으로 번지고, 더 나가면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이라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주저 말고 운동장의 기울기를 바로잡아야 한다. 공평과 경쟁이 양립해야만 건전한 사회가 가능하다.
  양극화 중 취업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카드의 하나로 정부가 내놓은 것이 ‘공공기관 지역인재 할당제’이다.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공공기관은 인적자원을 신규 채용할 때 수도권 지역 이외 지역의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첫해 2018년 18%에서 시작해 매년 3%씩 올려 2020년에는 30%까지 확대하게 된다. 지방에 있는 인재들이 취직이나 경제활동을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상황을 타개하고, 수도권의 인구 집중을 막자는 게 이 정책의 취지이다.
  굽은 등을 바로 펴는데 우두둑우두둑 소리가 나는 건 감수해야 한다. 이 할당제에 다소의 우려와 반발이 있다. 역차별, 기회의 평등 박탈,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등등의 이유를 든다. 운동장 사정이야 어떻든 최선을 다해 준비해온 선수로서는 하소연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멀리 내다본다면 모두가 더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럼 이제 ‘지방인재 유출-지방기업 인력 부족-지역적 불균형 초래’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고 취업의 문도 활짝 열리는 걸까. 견고함을 뚫어내는 일이 그리 쉬운 게 아니다.
  걱정을 하자면, 첫째, 이념에 편승한 양극의 갈등이 심한 사회에서 바로잡기의 정책은 과장하자면 하루아침에 백지가 되기도 한다. 이제껏 지역인재 할당제가 없던 것도 아니다. 이미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지방대육성법에도 지역인재 할당이 있다. 둘째, 실험적인 정책을 공공기관에 먼저 적용한 경우가 있는데, 잘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기식도 있었다. 그 난리를 친 임금피크제의 경우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었다. 셋째, 전국 혁신도시의 109개 공공기관이 2018년 공채한 결과 지역인재 채용률은 평균 23.4%였지만, 채용 인원은 1,423명에 불과하다. 넷째,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전·충남에만 혁신도시가 없다. 이 말은 이전해온 공공기관이 없고, 할당제를 적용할 취업 문도 없다는 걸 뜻한다.
  그런데도 ‘공공기관 지역인재 할당제’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첫발이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할당제를 대기업군에도 적용하고, 대전·충남혁신도시가 조속히 건설하고, 기업-대학-지자체가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취업 문이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그에 더해 이참에 학벌주의에 대한 사회적인 차별이 박살이 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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