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그리고 냄비 근성? 뚝배기 근성!

이민정 취재부장, 정치외교학과

 우리가 이용하는 물건 중 일본 제품은 몇 개나 될까? 최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국내 경제 및 국제 무역의 적신호가 떴다. 이에 대한 영향으로 현재 한국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한창이다. ‘NO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표어를 내걸고 진행하고 있는 일본 불매 운동 참여 제품만 해도 117여 개가 된다. 실제로 불매 운동 이후 일본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매출이 전달 대비 약 70%가량이 떨어졌고, 반사이익으로 국내 브랜드인 ‘모나미’와 ‘탑텐’ 등의 기업 주가가 15~25% 정도 상승했다.
  한편, 이런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인의 ‘냄비 근성’을 꼬집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어떤 일에 금방 흥분하다가도 금세 가라앉는 성질을 냄비가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모습에 비유하여 이르는 단어인 냄비 근성. 이것은 한국인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정말 이것이 한국인 고유의 문제일까? 기자는 냄비 근성 논란의 중심에는 언론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한국은 빠른 발전과 급변하는 정세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 ‘빨리빨리’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보통 유럽의 선진국들은 민주화와 산업화가 다른 시기에 이뤄졌다.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민주주의 운동이 일어났고 이것의 여파로 다른 유럽국가들이 민주화됐다. 이후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기술혁신과 더불어 사회ㆍ경제적 구조의 변혁을 일으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런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뤄내 성공적인 경제적 성장을 이뤘다. 당시의 냄비 근성은 새로운 문화의 유입과 기존 정보의 망각에 오히려 도움이 됐으리라. 하지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한국의 경제적 수준은 상승했고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 역시 변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냄비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어떠한 소재가 뉴스나 신문에 실리면 사람들은 일단 관심을 두고 열광한다. 하지만 몇 번 언론 매체에 오르내리고 사람들의 인식이 무뎌져 가면 언론은 더는 그 소재를 다루지 않는다. 단독과 특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언론 업계에서 그 소재는 의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은 그 소재에 쉽게 싫증을 내고 잊어버리게 된다. 일본 불매 운동이 단순한 냄비 근성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심과 지속적인 문제의식을 느끼는 언론의 자세가 필수적이다. 이 같은 상황을 다시 만들지 않기 위해 언론들은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흔히들 말하는 ‘프로 불편러’라고 치부될 수 있고 다른 새로운 보도 거리를 찾으라는 압박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를 바꾸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우리 학보사를 비롯한 언론과 학우들의 역할이 클 것이라 감히 예상해 본다. 꾸준한 열광, 지속적인 문제의식, 그리고 시민의 관심. 세 가지 요소가 합쳐진다면 이번 일본의 백색 국가 제외와 지소미아(GSOMIA, 한국과 일본이 체결한 국사협정) 파기는 물살을 타고 냄비근성이 아닌 시민들의 인식에 오래도록 자리 잡을 것이다. 마치 뚝배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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