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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현재 대한민국은 과로 중: 죽음을 막을 법안 필요하다
이강우 기자 | 승인 2019.06.21 16:31|(1153호)

  과로로 인한 사망 문제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학병원 간호사 과로 자살’, ‘가상화폐 대책담당 공무원 과로사’ 등 과로사는 직종과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발전국가시대에 24시간 불을 켜두고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을 칭송하던 덕담이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사람은 노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다고 하지만, 노동에 삶이 잠식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재 탄력근로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이 시기에 과로사를 짚어보도록 하자.

OECD 국가별 연간 근로시간, 그래픽/ 김재중 기자

1. 과로사 개념과 현황
  사전적 정의
  사람은 하루의 일이 끝났을 때 목 뒤가 뻐근하고 온몸에 열이 나는 듯한 증상을 경험하는데, 이런 증상은 피곤으로 이어지고 이 ‘피곤’을 의학적으로는 ‘생리적 피로’가 누적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피로’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과로’ 상태가 되는지 또는 어느 정도 피로가 누적되어야 ‘과로’라고 하는지는 의학적으로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과로사란 과로로 인하여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질병에 대한 저항능력이 떨어져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과로사는 과중한 업무 내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며 법률적 측면에서는 재해보상과 관련하여, 주로 과로사의 업무기인성, 즉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문제 된다.
  일반적으로 “과로사”로 인하여 산재보험청구가 행해지는 경우는 지주막하출혈과 뇌출혈 등 뇌혈관질환과 심근경색, 협심증 등의 심장질환이 대부분인데 ‘과로사’라는 용어 자체는 병명이 아니고 의학적으로도 정식으로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다. 과로사의 원인이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이라면, 산재보험에서는 ‘과로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의학적 용어인 ‘뇌혈관질환 또는 허혈성 심장질환’이라고 하는 식이다.
  과로사는 특정 직종이나 업종에 한정 없이 모든 직업에서 발생한다. 과로사는 직무의 책임이 중하거나 불규칙한 근로 또는 장시간의 근로에서 많이 발생하며, 40대를 전·후로 한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기는 하나 연령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다. 과로사는 업무수행 중 뿐만 아니라 출퇴근 중이나 수면 중에도 발생하므로 발병장소나 발병시간에는 제한이 없다.
  과로사 현황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동 관련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긴 국가 가운데 하나로 유명하다. 2017년 기준 OECD 36개 국가의 연간 평균 노동 시간은 1,746시간이다. 한국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은 2,113시간이며 OECD 평균보다 연간 367시간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을 하루 법정 노동 시간인 8시간으로 나누면 45일을 더 일하는 셈이고 1.6개월을 더 일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780시간이고 일본 근로자들의 연평균 근로 시간은 1,719시간이다.
  세계에서 최장 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한국은 최근 11년간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산재인정을 받은 사망 노동자가 매년 37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산재사망의 주요 유형인 추락사와 비슷한 수치로, 추락사의 95% 이상이 산재인정을 받는 데 비해 과로사는 산재 승인율이 30% 내외여서 실제 발생은 추락사망보다 훨씬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과로사에 관한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과로사 유족회 활동 사진, 사진/ 강민정 연구원 제공


2. 과로사 문제와 해법
  근로기준법 59조
  근로기준법 제59조는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관한 특례’ 조항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간 연장근로시간은 최대 12시간을 넘길 수 없지만, 이 법에 적시된 특정 업종의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서면 합의하면 주 12시간을 초과해 근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이 특정 업종에 속한다.
  해법을 두고 논란
  작년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담겼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기존의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 근로 제도이다. 기존에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아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다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이 각각 더해져 주 최대 68시간이었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무제에서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 즉 하루 8시간에 휴일근무를 포함한 연장근무가 총 12시간까지만 법적으로 허용된다. 주 52시간은 기존의 68시간에서 휴일근로 16시간이 줄어든 결과이다. 노동 시간 단축에 따른 보완책으로 정부는 탄력근로제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란 근로기준법 51조에 근거를 둔 유연근무제도의 하나로써 일이 많을 때는 법정 노동시간을 넘겨 일하는 대신 일이 적으면 노동시간을 줄여 주당 평균 노동시간을 최대 52시간(주 40시간+연장노동 1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현행 제도에서는 노사 합의에 따라 최장 3개월 안에서 가능하다.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으나 연장근로수당, 요건 완화, 시행시기 등을 두고 갈등은 계속되는 가운데 과로사 대책은 뒷전으로 밀려나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과로사 방지법
  일본에서는 전국 과로사 유족회와 관련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2014년 11월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을 제정하고 시행한 데 이어, 이 법에 따라 2016년 10월 처음으로 과로사 백서를 공표했다. 이법은 제14조에서 “정부는 과로사 등에 관한 조사연구 등의 결과에 입각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을 경우 과로사등 방지를 위해 필요한 법제상 또는 재무상의 조치 및 기타 그 밖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라고 정부의 책임을 명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창현 의원은 “과로사는 예방이 중요한데도 2017년 3월 발의한 과로사방지법이 경사노위 심의를 이유로 국회에서 심사조차 못하고 있다”며 “일본과 마찬가지로 과로사 예방법을 제정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과로사 유족회 강민정 연구원, 사진/ 이강우 기자

3. 과로사 유족회 인터뷰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강민정이고 지금 형사정책연구원에 있어요. 연구원과는 별도로 과로사 유가족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과로사 연구와 과로사 유족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제 연구 영역이 이쪽이고 일본에서 연구했습니다. 과로사라는 개념이 일본에서 나왔거든요. 과로사 관련 활동은 예방활동과 지원활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동안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연구했어요. 그 가운데 유가족 모임이 있었고, 유가족 모임이 중심이 되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유가족 모임을 지원하는 노동조합이 있고, 전문가 단체가 있고, 교수가 있고. 그러니까 모두 연결이 되는 거예요.
  ‘아, 이게 답이구나. 대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여기에도 문제는 있는데 한국에서는 대안이 될 수 있겠다고 보고 한국에서 비교 대상을 찾았는데 유가족 모임이 없었어요. 그래서 유가족 모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13년부터 시작했어요.
 Q. 과로사 유족회의 존재 필요성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첫 번째는 산재 승인율이 높아질 수 있어요. 왜냐하면 산재가 되려면 노무사, 변호사 같은 전문가를 수임해야 하지만 그 사람들은 전문가일 뿐이에요. 가족에게 일어난 죽음의 증거는 전부 유가족에게 있어요. 근데 이렇게 하려면 유가족이 똑똑해져야 해요. 정말 사소한 자료거든요. 예를 들면, 돌아가시고 나면 회사에서 출입 카드를 없애요. 그럼 출퇴근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고속도로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면 하이패스가 있겠죠? 이런 자잘한 노하우들이 있어요. 그걸 유가족들이 모아서 공유하고, 자료를 취합해서 모으면 전문가들이 조립해주고. 그러면 승인율이 높아져요.
  두 번째 예방활동이에요. ‘설마 일하다 죽겠어?’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아, 정말 이러다 죽을 수 있겠구나’, ‘적당할 때 그만둘 수 있어야겠다’는 의식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그런 역할을 하는 게 유가족 모임이에요.
 Q. 과로사 유족회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는지 궁금합니다.
 A. 현재 가족 수로는 열여덟 가족 정도 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고 있습니다. 모여서 첫 번째 시간에는 같이 과로사, 과로자살에 관한 공부를 합니다. 변호사, 노무사 분들이 오셔서 과로사, 과로자살에 대해 설명을 해주세요. 어떻게 하면 승률이 높아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법학적, 사회학적으로도 복합적으로 분석하고요. 그리고 나서 두 번째 시간에는 심리치유 시간을 가져요. 다 같이. 그렇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가족이 과로사 방지법을 만들었어요”로 이어짐)

 

이강우 기자  rainfall92@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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