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와 추억에 대한 감상

  조금만 빨리 걸었다면 저 버스를, 조금만 더 공부했다면 그 문제를, 조금만 부지런 했다면 그 기회를, 이런 식의 후회는 끝이 없다. 하지만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 흐르는 시간에 우리는 올라타 있고, 과거의 우리가 모르는 것을 미래의 우리는 알 수 있으니, 선택이 완전히 만족스럽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를 살아가라는 금언이 있다. 아직은 우리가 과거에서 지금으로 보내진 이상, 다시 돌아갈 방법은 아직은 보이지 않기에, 후회를 한들 우리는 과거를 손볼 수 없다. 그저 현재를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은 얄궂게도 잊었으면 하는 것들을 고양이처럼 물어서 앞에 가져다 둔다. 길을 가다 어떤 가게에 떠오르는 사랑했던 과거의 기억, 벚꽃을 보면 그때 사랑 앞에 용기를 내지 못했던 한 겁쟁이의 기억. 그런 기억들을 추억이라고 부른다. 
  추억에 관해서는 ‘힘들어도 지나면 추억이 된다.’ 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꼭 그 말은 ‘지나는 중인’ 당사자가 아니라, 주변인들이 그런 말을 해주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 말이 추억의 사전적 의미에는 맞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 말은 남이 해 줄 게 아니라,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지금이 있을 때 꺼내 보는 앨범처럼 스스로 되새기는 말로써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이에겐 어쩌면 상처에 뿌린 소금처럼 아픔만, 불 난 집 앞에서 흔들어 댄 파초선처럼 딱히 도움이 되는 말도 아니기에, 그냥 옆에서 잡아주는 손이나, 받을 생각없이 사주는 공짜 술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나는 후회를 많이 하는 편이다. 건망증이 잘 없고, 시험때도 지나가듯이 본 구절이 떠올라 한두 문제 정도 더 맞추는 그 기억력이 나를 그 값을 치르게 하려는 듯이 늪 같은 과거로 끌어당길 때가 있다. 놓친 기회들과 충실하지 않았던 과거들, 특히 이루지 못한 사랑을 생각하면. 그때 내가 조금 더 부지런 했다면, 꾸밀 줄 알았다면,같은 생각에 잠시 빈 틈을 주게 된다. 경황이 없어 잠시 내린 팔 사이로 꽂히는 어퍼컷처럼 대비하지 못한 채찍질이 날아드는 때가 있다. 물론 그 채찍질이 게을러지려는 나를 정신차리게 하는 때가 있지만, 가끔은 실패로 우울한 나에게 더 큰 가라앉음을 선물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생각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술도 좋고, 잠도 좋고, 고양이도 좋고, 게임도 좋다. 더 후회를 지속하는 것보다 잠깐은 생각이 적은 사람이 되는 것도 괜찮다. 또 사려 깊은 당신이 이용당했음을 깨닫고 속상할 바엔 그런 사람에겐 표독함을 보여주는 것도 적절한 대우이다. 


우재하(항공우주·3)
인스타그램 (@woo_j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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