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꽃이 지고 여름이 왔습니다. 1월부터 6월까지, 벌써 2019년의 절반의 시간이 우리 사이로 지나갔습니다. 날이 갈수록 무성한 녹음이 짙어지는 가로수들을 보면 볼수록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대학교에서 한 학기를 마친 새내기 여러분들, 지금껏 꾸준히 달려오신 재학생 여러분들,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 되는 졸업생 여러분께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가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구절은 너무나도 유명한 구절입니다. 어떤 순간과의 이별을 맞이할 때, 여러분들의 모습은 어떠셨나요? 슬픔에 겨워 펑펑 울 수도 있고, 예전부터 준비한 것처럼 담담하게 행복했던 순간을 떠나보낼 수도 있고, 아무튼 여러 가지 모습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 중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이 없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따뜻했던 봄, 행복했던 순간들, 사랑했던 사람이 없어져도 차마 떠나보내고 잊기 힘든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다만 우리 사이에서 봄은 가고, 꽃이 지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지나도 담담하게 보낼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하게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머지않아 찾아올 봄을 기다리면서, 지금은 힘들지만 이번에는 잠깐 여름에 기대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의 다음 학기를 응원하면서 이번 학기 마지막 호의 시 소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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