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합리화에 대하여

  절에서 1달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머물렀던 추억이 있다. 종교적 믿음이 있지는 않았지만, 평화로운 분위기에 향 냄새를 맡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져서 굳이 절을 선택했던 것 같다.
  일상에서 느끼는 많은 생각 중에서 몇 년을 방치해 온 고민은 자기 합리화에 관한 생각이었다. 자기 합리화는 사전에 "죄책감 또는 자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선택의 연속 속에서 살아간다. 혹여 내가 선택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면 마치 싱싱한 포도를 썩은 포도로 취급하던 이솝우화 속의 여우처럼 자신의 선택은 최선이었다는 논리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잘못된 길을 걸어왔을지언정, 자율의지로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회피한다면, 나 자신을 비난하는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주지 스님과 산보를 할 기회가 생겼다. 한참을 걷던 스님은 아무런 전개 과정 없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인정하면 편해요.” 아마도 많은 생각에 제 살을 깎아 먹고 있던 나에게 해주고 싶어 하던 말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 내 마음이 편할 수 있는 도구이자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방법, 자기합리화는 아마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힐링의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자신을 인정하고 나에 대한 부정이 아닌 진정한 치유의 목적으로 자신을 위로하자. 부정이 아닌 인정을 통한 합리화는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다.
  이솝우화 속의 여우에게 짧은 편지를 보낸다.
  저 싱싱한 포도를 따먹을 만큼 너는 키가 크지 않지만, 조금 더 주변을 둘러보면 더 싱그러운 과일이 너를 기다릴 거야. 네가 오늘도 풍족한 식사를 할 수 있기를 응원할게.

최지후(경영·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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