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없는 학생징계위원회

구나현 편집국장, 문헌정보학과

  학내 징계가 있다는 것은 모두 알 것이다. 하지만 징계에 대한 공식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 베일에 싸인 느낌이었다. “어떤 일로 징계를 받았대”라는 소문만 알음알음 들어왔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익명 사이트에서 폭로되기도 한다. 기자 활동을 하면서도 징계에 대한 기사를 접한 건 작년의 ‘동아리 성희롱 사건’ 정도였다. 그마저도 징계에 대한 직접적인 열람은 어려웠다.
  학내 포털사이트에서 징계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았더니 2014년  9월에 「충남대학교 학생 포상과 징계에 관한 규정」에 관한 규정 제정 규정(안) 입법 예고가 있었다.
  징계 사유에는 ‘고의로 학교시설물 또는 교구를 파손하거나 허가 없이 이를 외부로 반출한 자’, ‘정당한 사유 없이 학교 건물에 침입하거나 학교 건물을 점거한 자’, ‘교내․외에서 폭력 또는 폭언을 행사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자’, ‘학내 소란 유발 등으로 수업진행 또는 연구수행을 방해한 자’, ‘학칙 또는 제 규칙을 위반한 자’, ‘기타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라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이전에 어떤 사건들이 징계 대상으로 올랐는지 모르니 모호하고 구체성을 찾기 어려웠다.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징계 관련자의 신원이 너무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학내에 피해자가 있을 경우 원치 않는 이목을 끌 수도 있고, 가해자에게 너무 지나친 낙인을 찍어 징계를 마친 후에도 학교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제보자 색출과 불이익, 징계위원회에 대한 압력을 생각하면 진행 중인 사건과 결과가 나온 사건 모두 공개를 더욱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하지만 어떤 분야의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지, 한 해에 징계는 몇 건이나 일어나는지, 징계위원회는 그 사건에 대한 충분하게 검토했는지 등은 학내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기자로서 다루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다.
  또한 학생들도 징계 결과에 대해 민주주의의 사회인으로서 행동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5월 30일에 제자를 성추행한 의혹이 제기된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서울대생 일부가 수업을 거부하는 동맹휴업에 나서는 단체 행동을 보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생각을 자유롭게 논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징계 결과도 하나의 알 권리로 취급하고 공개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근거이지 않을까.
  서울대학신문 5월 5일 기사 ‘A 교수 파면 촉구 위한 전체학생총회 소집’에 따르면 학생들이 “교원징계규정 수립에 학생의 참여를 보장할 것과 학생이 피해자일 경우 징계위에 학생위원을 선임할 것 등의 규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학교도 ‘학생징계위원회’에 학생이 포함돼 있지 않다. 제9조 학생징계위원회 구성을 보면 ‘학생징계위원회는 학생처장과 총장이 임명하는 교원 6인을 포함하여 7인으로 구성하며, 학생처장이 위원장이 된다’고 적혀있다. 학생 없는 학생징계위원회라니, 우리 학교도 학생징계위원회에 학생을 포함시켜 구성하거나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했으면 한다. 학우들도 대학을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더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학생이 처벌받는 상황에서 학생의 참여는 고등학교의 학생자치법정을 떠오르게 한다. 이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판사·검사·변호사·배심원을 맡아 실제 법정처럼 교내에서 법정을 열어 교칙을 위반한 학생을 재판해 선도하는 제도이며 국내에선 2006년부터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대학생에게 더욱 성숙한 학생 의식을 기대하며 학생징계위원회에 학생을 참가시키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징계 내용 공개는 학교 구성원에게 징계의 투명성을 보장함으로써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징계위원회에 대한 구성원들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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