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소통하는 강의를 꿈꾸며

동물자원과학부 안희권 교수

  대부분의 이공계 교수들이 그러하듯 본인 또한 신임교수 시절 연구실 세팅, 연구과제 수주, 대학원생 연구지도, 강의개발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교수법에 대해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연구실이 안정되고 강의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지식 전달 위주의 강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으나 딱히 좋은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교수의 길에 접어들기 전에는 전공분야의 전문지식과 연구경험을 쌓는데만 신경을 쓰다 보니 교육학이나 교수법을 따로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교수로 임용된 터라 더욱 어려웠던 것 같다.
  이렇다 보니 교수법 개발을 이론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수강생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나만의 교수법을 구축해 가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 보너스 점수를 주고 학생들에게 3줄 이상씩 강의 소감 및 개선 사항을 쓰도록 하면서 학생들과의 작은 소통의 창구를 갖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들 중 큰 문제가 없는 것들은 중간고사 직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반영이 어려운 것들에 대해서는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들의 의견이 강의에 반영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부터 학생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매학기 마다 다소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은 조별과제 팀원 구성방법, 조별과제 발표 시기, 수업자료 유형, 영상자료 활용, 평가 방법 등과 관련된 의견들을 주로 제시해 오고 있다. 동일한 강의를 듣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서로 상반된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있으므로 나름 균형 잡힌 판단을 해야 할 때가 있기도 하다. 학생들의 이러한 의견들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했었는데 그중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던 것들이 축적되면서 본인만의 강의 스타일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것 같다.
  대화식 강의진행, 온라인 이미지 및 영상자료 활용, 강의 내용과 관련된 언론자료 분석, 조별과제 팀원 구성 및 발표 방법 등과 관련된 시도들은 학생들의 호응도 좋고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높아 본인의 강의 스타일로 어느 정도 정착된 상태이다.
  영문 강의교재로 공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이 국문으로 번역된 강의교재를 제공해 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곤했지만 전공용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번역된 강의교재를 제공하는 것은 여러 해 동안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랜 고민 끝에 지난해부터 Google Docs를 활용한 온라인 협동학습을 유도하는 방법을 시도해 오고 있다. 영문으로 된 강의자료를 Google Docs 형태로 수강생들에게 공개해 다수의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자신들이 이해하고 있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강의자료를 국문으로 정리하고 다른 학생들이 작성한 내용들에 대해 편집 및 질문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인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 올해부터는 대학원 수업에도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
  본인의 강의 스타일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들 중에는 교육학을 전공하는 전문가들 입장에서 볼 때 비효율적이거나 추천할만하지 않다고 여길만한 사항들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학생들과 소통하는 강의에 대해서는 모두들 동의할 거라고 확신한다. 
  “최고의 교수”라는 책에서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과 교수의 인간적인 만남이고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문구를 본적이 있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해가 거듭될수록 학생들과의 인간적인 만남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말에 더욱더 동감하게 된다. 최고의 교수는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수로 제자들이 기억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 같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