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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양심으로 병역의무를 선택할 수 있다?
김재민 기자 | 승인 2019.05.13 09:22|(1151호)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십니까?

양심적 병역거부 인식 설문조사 충대신문이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1일까지 충남대학교 학생 317명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 한 결과이다. 그래픽/ 김재민 기자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해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 등 자유민주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무죄 취지 판단을 내렸다. 여기서 말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과 집총(총을 잡는 행위)을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대법원은 1968년에 처음 내려진 판례를 유지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병역법 위반죄 처벌이 합당하다고 판단해 왔다. 지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과거와는 달리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이하 오 신도)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렇게 지난해에 양심적 병역거부자 5명이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여론은 거세졌다.
  국토안보학전공 김성진 교수(이하 김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판결에 대해 2004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제시하며, “대법원에선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1심 재판에선 최초로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무죄 판결의 시작을 설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판결의 변천에 대해선 “하급심에선 2007년에 1건, 2015년에 6건, 2016년에 7건, 2018년에는 44건을 무죄로 선고하는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점차 늘었으며, 특히 올해 들어 병역을 거부한 17명이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작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가 없는 병역법 조항을 위헌이라 결정함으로써, 이에 따라 병역의 종류를 규정하는 병역법 제5조 1항은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정돼야 한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28일에 새로운 병역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개정안 속에 등장한 대체복무제는 합숙 근무의 형태로 36개월을 복무해야 하며, 그 분야는 군 관련 업무가 아닌 민간분야의 업무로 결정됐다. 이 내용이 공개되자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 군 복무기간의 1.5배를 넘기면 안 된다는 국제권고사항에 비해 너무 길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대체복무자’로 명칭을 바꾼 것이 그 원인이다.
  검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기존 판례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실태 파악 및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지침을 마련했다. 먼저 양심 판단의 범주로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있다.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는지, 실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가 첫째로 제시됐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개종했다면 그 경위와 이유는 무엇인지, 신앙 기간과 실제적 종교 활동을 비롯해 가정환경·성장과정·학교생활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는 종교적 양심인지를 판단해보도록 했다. 
  일례로 종교의 구체적인 교리라고 하면 그 교리의 핵심 내용에 병역거부와 관련한 내용이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 등을 언급하는 식이다. 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수사 중인 사건의 경우에는 혐의없음 처분을 하고, 이미 재판 중인 사건이면 무죄를 구형하거나 상고를 포기한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 측 의견
  양심적 병역거부법에 대해 찬성한 9명의 대법관은 종교적 신념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은 개인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국가가 개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의무 이행을 강제하고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가하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병역의무 불이행에 따른 어떤 제재도 감수하겠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집총과 군사 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위협이 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찬성하는 측의 의견은 다음 3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형사 처벌 등 제재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를 파면시켜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이는 대안 없이 엄중 처벌할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줄지 않을 현실에 종지부를 찍은 판결이다. 
  둘째, 국가의 목표는 국민의 인권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다.
  안보는 수단이고 목적은 인권이다. 안보를 위해 인권을 희생시키는 것은 주객전도이며 모순적이다.
  셋째, 시대적 흐름이다.
  국내 인권단체나 국가인권위는 물론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와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을 지속적적으로 촉구해 오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우리나라도 동참해야 한다.

반대 측 의견
  김소영,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반대 의견을 내며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는 질병 등 객관적이고 일반적 사정에 한정해야 한다”며 “종교적 신념과 같이 주관적 사유를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김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기에 앞서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는 것을 우선시 해야 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시대상의 변화와 함께 우리나라의 국방력과 국민들의 사회적 수준을 감안해 볼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는 긍정적인 관점에서의 수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본다”고 했지만 이를 수용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들에 대해 염려했다.
   첫째, 남북이 분단된 현실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면, 군의 가용 인력이 그만큼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군의 규모가 대략 59.9만여 명 정도인데, 그중 60% 정도는 비전투요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9년도 국방예산 46.7조 원 중의 40.2%는 병력운영비로 책정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고려 시 병력의 절약과 감축을 통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염출할 수 있다.
  둘째, 대체복무제로 인하여 병역기피 풍조가 만연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우리와 안보 상황이 비슷한 타이완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양심적 병역거부가 악용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또한 독일, 러시아 등의 징병제 국가에서도 법률에 따라 대체복무를 보장하고 있다
  셋째, 소수자의 인권도 보호받아야 하지만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경우, ‘대체복무제를 원하는 사람들의 신념과 소신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이들이 특정 종교의 신도이다 보니 특혜 논란에서 피해가기 어려울 수 있다.

학우들의 인식은?
  이렇게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양분화된 주장 속에서, 이에 대한 충남대학교 학우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을 실행했다. 결과는 성별과 병역의 의무 수행 여부에 따라 정리했다.
  전체 남학우 응답자(194명) 중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해서 10%(20명)는 긍정적인, 74%(145명)는 부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이 중에 병역의 의무를 수행한 학우(108명)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11%(12명)는 긍정적인 응답을, 79%(86명)는 부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병역을 미필한 학우(86명)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9%(8명)는 긍정적인 응답을, 68%(59명)는 부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여학우(123명)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해서 15%(19명)는 긍정적인, 56%((69명)는 부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이를 통해 우리 학교 학우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고,  병역의 의무를 수행한 남학우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대체복무제
  모두를 만족시키는 합리적인 방안은 없는 것일까? 대체복무제의 기간과 강도에 관해 김 교수는 “현역복무자들이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복무의 강도, 복무여건,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적인 군대 내에서의 가혹행위나 총기사고 등에 대한 불안감과 위험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고 복무 기간의 차등화를 주장하며 "대체복무의 유형에 따라 복무 강도 및 수준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현역복무 및 대체복무의 강도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결정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다수 국민들이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유념하여야 한다”며 현재로서의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김재민 기자  kjaemin99@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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