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전십무(大田十舞)’의 공연 포스터와 2018년도 ‘대전십무(大田十舞)’ 공연 모습,   사진과 포스터/ 정은혜 무용단 제공

대전시 출범 70주년과 ‘대전 방문의 해’를 맞아 ‘대전십무(大田十舞)’ 공연이 5월 중 9일 동안 진행된다.
  ‘대전십무(大田十舞)’는 우리 학교 정은혜 교수가 대전시립무용단 예술 감독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완성한 10개의 춤으로, 대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한국문화예술의원회의 전통예술 지역 브랜드 상설공연으로 선정된 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대전십무(大田十舞)’의 예술 감독, 우리 학교 정은혜 교수를 만나봤다.

Q. ‘대전십무(大田十舞)’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대전십무(大田十舞)’는 대전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이야기 10개를 춤으로 형상화한 거예요. 누구나 이 작품을 보고 대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어요. 처음부터 ‘대전십무(大田十舞)’를 만들 목적은 아니었지만 하나하나 만들다 보니 10개가 됐고 결국 지역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평가 받는 것 같아요.

Q. ‘대전십무(大田十舞)’를 창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저는 우리 학교에 1995년에 부임하게 됐어요. 대전은 저의 두 번째 고향인 셈이죠. 우리 학교 교단에 서면서부터 대전을 표현하는 춤을 만들어냈고 6개의 작품을 완성했어요. 그리고 대전시립무용단 재직 시절 4개를 더 만들어서 10개의 작품이 된 거죠. 그러니까 1995년부터 ‘대전십무(大田十舞)’의 태동이 시작됐다고 보면 되겠네요.

Q. 10가지 무대 중 가장 추천하는 춤은 무엇인가요?
A. 어떤 어머니에게 자식 10명 중 누굴 더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답을 하겠어요? (웃음) 그것처럼 10개의 작품 하나 하나 만들 때부터 깊은 생각과 고뇌가 있었어요. 그러니 모두 애정이 깊죠. 하지만 10개의 작품을 만들 때, 비슷하거나 동일하게 느껴지지 않기 위해서 독창성을 두려고 노력했어요. 한 그림 작가의 그림을 보면 화풍이 드러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것을 피하기 위해 10개의 춤 모두가 다른 색깔을 보이도록 했어요. 그래서 한 작품씩 만들어질 때마다 이전 작품을 잊으려고 애썼죠.
  굳이 가장 애정을 갖는 춤을 꼽으라면 ‘유성학춤’이에요. ‘유성학춤’은 우리 학교에 온 뒤 ‘대전십무(大田十舞)’ 중 처음으로 만든 작품이죠. 이 무대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학 춤을 유성온천 설화와 연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유성온천은 백제 시대에 발견됐다고 해요. 그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유성온천 설화 속의 학이 유성학춤의 주인공이죠. 학은 자태에서 풍기는 고고함 때문에 여러 사상에 녹아 있어요. 불교에서는 부처가 학으로 화현(化現)한다고 하고, 유교에서는 가장 고고한 선비를 학으로 표현하며, 도교에서는 평화와 낙원에서의 삶을 상징하기도 하죠. 이러한 학의 이미지를 춤으로 표현한 것이 ‘유성학춤’이에요.

2018년도 공연 당시 '유성학춤'의 무대.   사진/ 정은혜 무용단 제공

Q. 무대를 준비하면서 특별히 힘드신 점은 없었나요?
A. 원래는 ‘대전십무(大田十舞)’가 하나하나 만들어지면서 한 개씩 공연이 됐어요. 2014년, 처음으로 10개가 한 무대에 서게 됐는데 그 당시 대전시립무용단원들이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체력적 문제가 가장 큰 이유였죠. 보통 무용 무대는 1시간 정도면 끝나지만, 이 ‘대전십무(大田十舞)’는 총 시간이 2시간 반 정도 걸려요. 게다가 작품마다 웅장하고 에너지가 많이 필요로 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됐죠. 전문 무용수 45명 정도가 이 무대를 준비하면서 힘들게 공연을 올렸어요.
  하지만 근래의 문제는 ‘대전십무(大田十舞)’를 학생들과 같은 준단원들과 준비하려 하니, 기량 역시 전문 단원에 미치지 못해 무대 복원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어요. 게다가 열심히 준비한 무용수가 부상이나 다른 무용단으로 옮기는 등의 이유로 더는 무대를 하지 못할 때, 단원을 교체해야 해서 문제가 심화되죠. 이전의 무용수가 준비한 만큼의 시간과 열정이 필요하고 완성도 있게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요. 무용은 현장 예술이라 순간의 기량과 예술성, 담대함, 끼를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하거든요.

Q. ‘대전십무(大田十舞)’를 창작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공연 때는 예기치 않은 일들이 다양하게 일어나요. 무용 공연의 무대 뒤는 흡사 전쟁터 같죠. 무용수들이 무대를 마치고 (무대 뒤로) 들어오면 다음 작품의 의상으로 바꿔 입고 나가야 하는데 급한 나머지 다른 사람의 의상을 입거나 다른 작품의 의상을 입고 나간 것도 기억나고, 열심히 북 춤을 췄는데 북 마이크가 꺼져 있어 북 소리가 잘 안 들렸던 것도 생각나요. 또 한 무용수는 겨울에 맨발로 춤을 추는 작품을 했었는데 발이 얼까봐 수면 양말을 신고 대기하다 그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일도 있었어요. 무대 위에서 감정에 취해 눈을 감고 춤추다가 무용수들끼리 부딪히는 일도 있고요. 하지만 단원들이 서로 배려하고 돕기에 즐겁게 얘기 할만한 추억이 됐죠.

Q. 이번 ‘대전십무(大田十舞)’ 공연 중 중구 대흥동 우리들 공원에서 야외 무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혹시 굳이 야외 무대를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절대 야외 무대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에요. 올해는 특별히 ‘대전 방문의 해’로 지정 돼 야외 공연을 시도 했어요. 실제로도 예산 문제 때문에 실내 공연만을 계속 할 순 없거든요. 우리들 공원이 위치한 대흥동은 원도심이라 많은 관광객이 올 것으로 예상 돼 무료이면서 좋은 접근성을 가진 공원에서 야외 공연을 추진하게 된 거죠. 

Q. ‘대전십무(大田十舞)’ 외에도 특별히 공들인 다른 창작 무용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국립무용단에 객원 안무로 초청공연 됐을 때 만든 ‘미얄’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또 2011년 대한민국 무용 대상을 받은 ‘처용’ 작품도 생각나고요. 최근 작품인 2017년 ‘대무(對舞)의 고찰’, 2018년의 ‘나 홀로 아리랑’도 있고요. 제 작품 창작의 초기 성향은 밝은 편이었어요. 중반에는 가족을 떠나보내면서 느낄 수 있는 삶과 죽음의 고뇌를 작품에 담았고 최근에는 모든 것을 성찰하는 작품 창작 성향을 보이죠. ‘대전십무(大田十舞)’는 제가 40대부터 60대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는 작품이에요.

Q. 본인의 이름을 앞세워 무용단을 이끄시는데, 이에 대한 부담은 없으신가요?
A. 무용가는 모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작품 활동을 해요. 이것 자체만으로도 모든 것을 감수하죠. 경제적인 부담도 있고 무용단의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해요.
  하지만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열심히 무용단을 꾸려가는 이유는 젊은 단원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서예요. 모든 무대는 작품에 대한 단원들의 열정으로 완성되는 것이거든요. 이 자리를 빌려 단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어요. 또 세계적인 무용단들을 보면 무용단 창립자 사후에도 그 무용단을 이끄는 제자들이 있거든요. 나도 그렇게 무용단을 지켜가 주는 제자들이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기도 해요. (웃음)

Q. 무대를 관람하게 될 학우 또는 시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대전십무(大田十舞)’는 굉장히 품격 높은 예술 작품이에요. 무용이 대중적인 예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무대를 봄으로써 춤에 대한 생각이 분명히 변화할 것이라 믿어요. 또 대전을 사랑하는 대전 시민이라면 대전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와서 보시면 좋은 경험과 삶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대전십무(大田十舞)’는 대전이 지닌 아름다운 역사적 모습들을 담고 있어 대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생기고 저는 이런 연장선 상에서 훗날엔 ‘대전십무(大田十舞)’를 통해 대전을 연구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꼭 공연 봐주시고 젊은 예술가들에게 힘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연이 열리는 중구 대흥동 우리들 공원은 지하철을 이용해 중앙로역에서 내리거나 충남대학교에서 101, 103, 511, 613, 615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대전평생학습관은 중구청역에서 내리거나 604, 612, 701, 711, 802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대전십무 공연은 학우들에게도 봄의 정취를 만끽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