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걷어차지 맙시다

요즘은 기상관련 뉴스로는 미세먼지가 제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겨울과 여름에 지분을 뺏긴 봄에게 (정확히는 늦겨울부터) 미세먼지는 달라붙어 미세먼지라는 씁쓸한 정체성을 달아주었다. 얄궂게도, 미세먼지도 공기를 타고 어디서든 날아오는 것이기에 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시베리아 방향의 대륙성 고기압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면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중국의 미세먼지는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시베리아’ 방향의 대륙성 고기압이기에, 우리나라의 삼한사온이라 불리던 봄철의 날씨는 안타깝게도 삼한사’미’가 되어버렸다. 미세먼지가 없다고 좋아하기에는 날씨가 춥고, 따뜻함을 즐기며 봄볕을 쬐기에는 미세먼지가 내 건강을 도려내는 오늘날이다. 
  원인이 어느 나라에 있고, 어느 정당의 정책이 문제인가를 따지는 것은 선거권의 행사와 그로 인해 선출된 이들이 해줄 일이고, 안타깝게도 우리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마스크 틈새로 솟는 입김으로 안경을 가릴 수 밖에 없다. 기술과 환경의 변화로 옛날에 비하면 조금씩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는 여러 도구 대신 휴대폰만 쥐어도 되는 세상이 되었지만, 맑은 공기와 쾌청한 하늘 대신 탁한 공기와 구름 대신 먼지가 낀 맑은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편리함은 얻었지만 의도하지 않게 잃어버린 미덕, 추억, 우정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면 우리가 손에 넣은 이 편리함이 가끔은 무서워진다.
  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의 근원이라는 뉴스기사를 보았다. 화력발전소의 연료가 연탄이라는 것에서 의식이 흘러 어렸을 적의 학교가는 길의 기억에 닿았다. 예나 지금이나 시골에 아파트만 웃자란 풍경의 등교길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있는 골목길에는 상가에서 내어놓은 불을 다한 연탄재가 노랗게 쌓여 있었다. 그 때의 어른들은 연탄재를 걷어차는 것을 안도현씨와 의도는 다르지만 싫어하는 것은 같았다. 첫째는 다칠까 봐, 둘째는 먼지가 나서. 미성년자가 아닌 나에게는 둘째의 이유만 남아, 채 잠을 못 깬 아침 등교길에 마주한 연탄재를 보며 씁쓸함을 곱씹게 하였다. 연탄재를 걷어차 간만에 마주한 상쾌한 아침 공기를 흐리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걷어차기엔 너무 책임질 게 많아서,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운동화가 하얀색이었기에.

우재하 (항공우주·3)
인스타그램 (@woo_jha)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