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이 전해준 선한 것

.자유전공학부 김정숙 교수

작년 태국에 이어 올해 1월 제주로 공정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학생들과 함께한 두 번의 여행은 태국과 제주의 고유한 풍경과 함께 학생들이 지닌 문제해결 능력과 잠재성을 경험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두 번의 공정여행에서 오감으로 느낀 학생들과 나의 이야기는 ‘삶을 공유하다’와 얼마 전 출간된 ‘네 번의 밤, 다섯 번의 낮’에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여행은 낯선 곳에 나의 몸과 마음을 온전하게 맡기는 것입니다. 흔적을 남기고 오래 기억하는 일입니다. 여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합니다. 태국과 제주의 공정여행이 경험하게 해준 것은 나의 삶과 다른 이의 삶들이 서로 공유되고 있으며 자연을 포함해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이었습니다.
  여행이 주는 가치는 일상에선 발견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느끼고 경험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중 학생들의 소통과 협력과정이 인상 깊게 떠오릅니다. 모둠들에게 4박5의 일정 중 둘째 날과 넷째 날 저녁에 각자 활동한 일정을 공유하는 보고회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는데, 학생들은 모둠별로 기획한 장소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광 그리고 취지와 느낀 점들을 담백하고 재치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모둠장에게 전송하고 프로젝트를 활용해 공정여행의 의미에 대해 스토리텔링을 할 때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여행하면서 학생들은 각자 성향과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작게라도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경쟁과 다툼도 겪었을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감정이 다치고 낯선 환경으로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주어진 상황에 집중하며 서로의 체험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경청했습니다. 어떤 임무가 주어졌을 때 서로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그것을 통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이 대견하고 뿌듯했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집단지성의 현장을 보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경험적 사실은 몸과 뇌에 흔적으로 남아 기억됩니다. 자신이 마음을 쏟으며 교감한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상처와 실패조차도 값진 시간입니다. 지나온 흔적을 소멸시키는 대신 복기하고 성찰하는 성장의 과정은 소중합니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예측불가능성이 강조되는 시대일수록 흐름의 향방과 그로부터 야기될 현상들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경험은 막연한 생각이나 꿈을 구체적 현실로 이어주는 징검다리입니다. 눈길과 발길이 닿은 경험은 깊고 넓은 안목과 긴 호흡을 가질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에 상상력이 더해지면 삶은 더욱 견고하고 가치 있게 변화할 것입니다.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길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이 지구별에 온 우리의 숙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 안에서도 삶의 의미와 희망과 기쁨을 찾으며 걸어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모두 여행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방향과 속도를 찾아가며 살아가는 힘과 인생의 멋을 꿈꾸는 여행자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스스로 바라고 원하는 행복한 삶은 그럴 때에 비로소 이루어질 것입니다. 공정여행이 남긴 것, 그것은 나와 연관된 존재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선한 경험입니다. 인간답게 사는 것을 느끼고 싶다면 마음 따듯해지는 공정여행을 경험해볼 것을 권합니다. 지금, 인생의 어디쯤을 여행하고 있나요. 제주에 봄꽃이 환하게 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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