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레드 다이아몬드 외
 『컬처 쇼크』, 2013.

‘문화지휘자’라 불리는 존 브록만(John Brockman)이 만든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온라인 살롱 ‘엣지(www.edge.org)’. 매년 크리스마스에 브록만이 엣지에 질문을 던지면 세계적인 석학 700여명이 답을 준다. 그리고 이듬해가 되면 그 응답들이 모인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온다. 이른바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이다.
  이 책은 엣지 시리즈의 두 번째 것으로, 각각의 분야에서 최첨단을 걷는 석학들이 새로운 ‘문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21세기 문화에 대한 혁신적인 지식과 첨예한 쟁점을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인류학 분야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철학과 인지과학의 대니얼 데닛, 음악가인 브라이언 이노, 미래학의 스튜어트 브랜드, 사회학의 니컬러스 A. 크리스태키스 등이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의 사례를 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스터 섬, 즉 폴리네시아는 원래 숲으로 뒤덮인 섬이었다.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은 숲에 있던 거대한 야자나무를 베어 카누를 만들고, 땔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끝내 숲 전체를 베어내어 모든 수종을 절멸시켰고, 그들의 사회는 붕괴하게 되었다. ‘어떻게 한 사회가 전적으로 의존해 살아가던 생존 수단을 파괴하는 재앙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뒤이어 다이아몬드 교수는 집단적 의사결정 실패의 네 가지 단계를 제시한다. 1) 문제 예측의 실패, 2) 문제가 발생한 후에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실패, 3) 문제를 인지했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의 실패, 4)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연속적인 이유로 재앙을 초래하는 결정을 내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한 사례들을 통해 오늘날의 실패하는 의사결정에 대해 더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그런 실패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인 재런 래니어는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약점을 통해 인터넷 상의 집단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자유롭게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이다. 위키피디아는 온라인 집단지성의 대표격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지금의 위치에 올라서게 되었다. 이를 두고 래니어는 새로운 온라인 집단주의(online collectivism)의 역할이 컸다고 주장한다. 물론 대중들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어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여러 오류는 점진적으로 수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집단주의는 집단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극단적인 믿음에 불과하다고 래니어는 말한다.
  예일대 컴퓨터과학부의 교수인 데이비드 겔런터는 워드프로세서를 언급하며 인터넷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시점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세계 어느 곳에서든, 대부분의 글을 쓰는 사람들은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한다. 따라서 워드프로세서를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발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에 인간의 글 솜씨가 향상되었을까? 글의 품격이 높아졌을까? 갤런터 교수는 워드프로세서 덕분에 글의 품격이 높아졌다기보다는 글의 양이 늘어났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남다른 책임감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학문과 예술, 과학과 기술을 통해 생산된, 거대하고 복잡한 문화의 산물들을 통합하고 발전시켜 인류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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