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기 전에 잠시만

요즘 욕을 보고, 듣는 일은 어렵지 않다. 내가 욕의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떠있는 욕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SNS, 축구 경기장, 그 경기로 인해 휴지가 된 종이를 들고 있는 사람의 입, 실패가 수 놓인 수강신청날의 PC방, 그리고 그 한 켠에서 게임을 하다 패배한 내 입. 어디에나 있다. 물론 아무 데서나 할 일은 아닌 욕이고, 안 하면 안 할수록 좋은 욕이지만, 이미 입에 붙어버렸다면, 괴로운 상황에서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한번 뱉고 털어버릴 수 있다면 나름 괜찮다 싶다. 실제로도 영국에서 정제된 욕은 일시적 진통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행히도 후속 연구는, `남용되는 욕은 진통 효과를 거의 가지지 않는다.’ 라고 한다. 진통 효과를 내세우며 그렇지 않아도 많은 욕이 더 많아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욕을 남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또 언어적 퇴행을 불러올 수도 있다니, 조금만 일이 안 풀려도 된소리를 내뱉는 일은 좀 생각해 볼 일이다. 욕이 꼭 누구를 향하지 않고 나의 자책이 목적이라 한들, 욕 자체가 좋은 말일리는 없기에. 부끄럽고 짜증에 볼 빨간 실패자가 될지라도, 잠시 못 참은 욕으로 내 이미지를 더 깎아 먹지 말고. 겸허하게 내 실패를 인정하고, 내 방에 홀로 앉아 실패를 곱씹어 볼 일이다. 실패가 너무 아프다면 베개에 감정을 토로하자. 다행히도 베개는 깨달음을 얻고 말을 잃어 주인의 슬픔과 분노를 조용히 들어줄 테니. 다른 사람들도 한두번은 들어줄 것이다. 물론 한 두번 남짓, 어찌되었건 좋은 소식도 아니고 분기탱천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화를 풀 수 있게 맞장구를 쳐주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맞장구를 쳐주다 역린을 건드릴지도 모르는 일이고, 나의 A부터 Z를 듣는데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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