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듣고 오겠습니다, 이선희-J에게

J 스치는 바람에 J 그대 모습 보이면

‘자국’은 애도의 과정을 거친 결과다. 나에게 자국은 일종의 상실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밀려오고 물러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재를 부정하고 외면하다가 인식하고 애도하는 과정. 나는 부재를 인식하기로 마음먹기 전까지 늘 외면의 끝을 연기했다.

J 아름다운 여름날이 멀리 사라졌다 해도

 J와 포옹하고 손 인사를 나눴다. 나는 남고 J는 떠났다. ‘정신 차리고 살아.’ 한국에서 J가 나에게 찍은 마침표였다. ‘아주 안 돌아올 수도 있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J가 캐나다로 떠나는 과정을 말없이 지나쳤다.

J 우리가 걸었던 J 추억의 그 길을

택시를 탔다. 단톡방은 J가 에드먼턴에서 구한 집 얘기로 한 창이었다. J가 구한 집에 넓은 거실과 방, 테라스가 있었다. 잠시 머물 곳처럼 보이진 않았다. 대화가 흐르고 있는 택시 밖으로 J와 움직이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택시는 논술 학원 차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소리 지르고 있는 우리를, 무거운 백팩을 메고 버스와 함께 흔들리고 있는 우리를, J 아버지의 트럭 앞 좌석에 끼어 앉아 면접장으로 가고 있는 우리를 지나쳤다. 수학여행 가는 비행기, 꿀렁이는 배 안에서 서로 기대어 있는 우리, 아반떼 운전석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J를 지나 빠르게 달렸다. 정부청사역을 지나는 택시 안에서 문득, J와 내가 너무 멀리 앉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J와의 관계는 계속되고 있지만, 중간에 한 번 J를 자국으로 남기지 않으면 안 되는 2막이 시작되고 있다. 내 친구 진희- 한국 시간에 멈춰있느라 진희가 에드먼턴에서 맞이한 첫 번째 생일을 놓쳤다. 뒤늦게 밋밋한 생일 축하를 전하며, 한국에서 함께한 많은 시간을 자국으로 남기며, 부재를 외면하는 기간을 끝낸다.

신선아/ BOSHU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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