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출신 기자,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06학번 알파고씨와의 만남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알파고 시나씨 사진/이민정 기자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18일까지 MBC every1의 예능 프로그램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 출신인 터키 외신기자 알파고 시나씨(이하 알파고)씨를 만나 뜻깊고 즐거운 만남을 가져봤다.


Q. 터키에서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 진학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진로를 전향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A. 한국을 오기 전에 이스탄불 기술 대학에 합격했고, 이스탄불 기술대학과 카이스트 자매결연을 통해 한국에 오게 됐다. 당시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던 중에 만난 UN군이 진로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UN군은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공대로 진학한다. 그러나 사회과학을 배우는 외국인 학생도 필요하다’고 말했고, 그 의견에 동의해 충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로 입학하게 됐다. 터키에서는 이공계열만 공부했기 때문에 한국어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다.
Q. 한국에 온 지 14년째라고 들었는데 한국문화에 적응하는 게 힘들지 않았나요?
A. 가장 재밌었던 것은 한국의 선후배 문화이다. 외국은 선후배 문화가 없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처음 배웠다. 오히려 지금은 내가 한국 사람들에게 선후배 문화에 대해 알려주고 지적한다.(웃음)
  한국에 지내면서 힘들었던 것은 음식이었다. 삼겹살은 ‘죽어도 못 먹는 음식’이다. 그리고 한국에 온 지 1년 정도까지는 김치를 먹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한국 음식에 많이 적응했다. 보통 한국 음식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불고기나 갈비찜 등을 생각하는데 처음 수제비, 칼국수와 같은 밀가루 음식과 사찰 음식을 먹었을 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는데 왜 이제껏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한국 음식을 많은 외국인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웃음)

Q. 기자, 작가, 라디오 DJ, 신문 편집장, 코미디언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일을 어떻게 소화하나요?
A. 실제로 나의 직업은 기자이다. 그 외의 것들은 직업상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러나 많은 일을 하다 보니 한 가지 일정이 틀어지면 그 다음, 다음 모든 일정이 어그러지기도 한다. 일정이 많을 때는 힘들다.

Q. 어떻게 기자로 일하게 됐나요?
A.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잘 알고 있던 회사에서 특파원을 구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먼저 제의가 들어왔고 처음엔 돈이 필요해 그곳에서 1년 정도 통신원으로 일하게 됐다. 근무하다 보니 꽤 좋은 일자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에는 그곳에 정착해 정규직 특파원으로 일하게 됐다.

Q. 취재 중 기억에 남는 아이템이나 보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연평도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그 일이 발생하고 이틀 후에 그 곳을 방문했다. 그리고 1년 후에 다시 그 곳을 찾았는데, 북한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잘 지내고 있었다. 연평도 주민들이 그 상황에 빠르게 적응해 낸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 외에도 같은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두 세력이 집회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광화문에서는 촛불 집회가, 덕수궁부터 시청까지는 태극기 집회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이뤄졌다. 터키의 경우라면 아마 내전이 일어났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급진적 세력이 있는 것처럼 양심세력도 있기 때문에 집회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가 정착했다는 것이 이러한 데에서 나타난다. 

Q. 기자 활동 중 터키 정부의 언론 탄압으로 일하던 언론사가 강제폐쇄 되고 해직됐다고 들었는데 당시 상황과 심경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A. 앞서 이야기한 회사에서 특파원으로 6년을 지냈다. 재직했던 언론사는 열렬한 대통령의 지지자이자 보수 언론이었다. 주로 한국 보도를 터키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었다. 그러던 중 대통령과 우리 언론사가 싸우게 됐고, 대통령에 대한 폭로를 계속했다. 이후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에 언론사가 강제로 폐쇄됐으며, 쿠데타 이후에는 언론사 기자들의 대부분이 감옥을 가게 됐다.
Q. 한국 언론의 문제점이나 개선방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한국 언론은 진보와 보수를 동시에 싫어하는 언론이 없다. 정권에 따라 변하지 않고 지독하게 고집스러운 언론이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 메인 스트림 언론이 제 일을 못 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최근 유튜브 채널로 엉터리 보도를 하는 사람들이나 가짜 뉴스를 쏟아내는 사람들이 많다. 제대로 된 근거도 없는 보도나 주장을 국민들이 믿는 이유는 메인 스트림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Q. 한국에 온 이후로 아시아정세에 대해 많은 기사를 쓰셨는데요, 빠르게 변하는 국제정세와 미·중 간 줄다리기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 궁금합니다.
A. 동북아 정세와 전 세계적인 정세에서 한국의 입장은 각각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북아 정세에서는 불가피하게 안보 측면에서 한미 동맹을 유지해야 하며, 미·중 간 줄다리기에서는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전 세계적 정세로 본다면 미국을 일종의 방어막으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얼마 전 팔레스타인의 UN 가입에 대한 동의 여부를 투표했을 때 미국은 반대를 원했다. 한국은 미국의 의견에 따라 기권표를 던졌지만 같은 입장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던 일본이 찬성표를 보이며 독자적 의견을 표출했다. 이 사태를 통해 전 세계적 정세에서 한국의 입장을 어떻게 취해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겠다.

Q. 좋은 기자란 무엇일까요?
A. 좋은 기자가 되려면 감정 없이 기사를 써야 한다. 한국은 언론을 정치 활동으로 연결하거나 돈벌이 둘 중 하나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투철한 직업 정신을 갖고 임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그저 회사에 출근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Q. 기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A. 비싼 차 끌고 다니고, 비싼 옷 입을 거라는 환상을 갖고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말길 바란다. 돈에 약한 사람이라면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낫다. 많은 기자가 현실을 깨닫는데 2년 정도 걸리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 그 이후로 많이 힘들어한다. 단순한 로망으로 선택하기에는 무겁고 힘든 일이다. 기자를 직업으로 삼고 싶다면 굳은 결심과 의지를 다졌으면 좋겠다.

Q. 앞으로의 포부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지금 하는 일들을 계속하려고 한다. 현재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아시아텐’을 더 발전시키고, 스탠드업 코미디를 좀 더 한국에 알리고 싶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뇌에서 생각하지만 미처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부끄러운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 장르다. 굳이 정치적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으로 모순된 우리의 모습을 꼬집으면 사람들이 웃곤 한다. 작가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출간 예정인 책이 2~3권 정도가 된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모노폴리처럼 경제를 기반으로 정치, 군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보여주는 보드게임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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