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 교수, 철학과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를 어떤 시대라고 불러야 할까요? 자본주의시대? 소비문명의 시대? 신자유주의시대? 이렇게 지칭되는 시대는 모두가 욕망을 인간의 본질로 보고, 욕망 충족을 위한 인간 사이의 무한 경쟁과 자연에 대한 정복과 착취를 정당한 것으로 봅니다. 무한 경쟁은 사람 사이의 갈등과 투쟁으로 이어지고, 자연에 대한 정복과 착취는 자연생태계 파괴를 야기하면서, 상처와 아픔과 공멸과 죽음이 지배하는 어두운 사회를 동반합니다. 이러한 시대는 우리에게 ‘사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되새기게 합니다. 물론 순자가 말했듯이 인간은 욕구와 욕망을 갖고 태어납니다. 그리고 생존을 위한 욕구와 욕망을 채우고자 발버둥 칩니다. 문제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욕구 충족이 아니라 무한한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자신의 과도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마저도 빼앗고 그들을 지배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갑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자연을 짓밟고 파괴함으로써 모든 존재들을 죽음의 세계를 몰아갑니다. 우리는 공멸의 세계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인간은 욕망만이 아니라 다른 존재의 상처와 고통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는 따뜻한 마음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자연생태계는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공동체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생명공동체의 한 구성원이자 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자연존재물과 달리 다른 사람과 사물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마음, 다른 존재물의 생명 손상을 자신의 절실한 아픔으로 느끼는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공자는 이러한 마음을 인(仁)이라고 했습니다. 인(仁)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 구체적으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배려’의 마음이요.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어루만져주고 보살펴주고 돌봐주는 ‘돌봄’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왕양명은 “대저 사람은 천지의 마음이다. 천지만물은 본래 나와 한 몸이므로 살아 있는 존재물들의 고통은 무엇인들 내 몸에 절실한 아픔이 아니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이렇듯 자연물의 생명 파괴와 손상에 대해 아파하는 마음이 바로 ‘인심(仁心)’입니다. 이러한 마음이 있기에 사람은 누구나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면 반드시 두려워하고 근심하며 측은해하는 마음[怵惕惻隱之心]이 일어나고, 새가 슬피 울고 짐승이 사지에 끌려가면서 벌벌 떠는 것을 보면 반드시 참아내지 못하는 마음[不忍之心]이 일어나고, 풀과 나무가 잘려나간 것을 보면 반드시 가여워서 구제하고 싶은 마음[憫恤之心]이 일어나고, 기와장이 무너지고 돌이 깨진 것을 보면 반드시 애석하게 여기는 마음[顧惜之心]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이러한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배려와 돌봄과 공생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의 따뜻한 마음과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자연존재물이 많이 있습니다. 내 욕망 충족만을 위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배려하고 돌보며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어떨까요? 이제 공멸의 길, 죽음의 길에서 벗어나 공생의 길, 살림의 길로 함께 갑시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