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집으로>

ABC트레킹 중 바라본 안나푸르나

무표정한 얼굴로 뉴스를 보며 늦은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있었다. 무감각한 속보 한 줄. “한국인 등반가  5명 히말라야서 사망” 평소 산을 즐겨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Annapurna)의 절경을 경험하고 온 내게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지도에 없는 빙하를 발견할 때, 길이 끊어진 곳에 도달했을 때, 아무도 안 가본 고봉을 만났을 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라고 말한 김창호 대장. 지도를 샅샅이 뒤져 ‘잘 닦인 길’, ‘다들 가는 길’, ‘이 정도면 괜찮은 길’ 을 가려고 기를 쓰고 발버둥치는 내 모습이 겹친다.

  아, 발버둥은 산 사람이 치는 건가. 그의 죽음으로 인해 부끄러운 내 모습을 깨달았다면, 그 죽음은 조금 덜 슬픈 것이 될까.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김창호 대장과 8명의 대원, 가이드들에게 삼가 명복을, 나의 앞날에는 복을 빌어본다. 

채병현(경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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