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져야 커지는 거야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와 주말이면 밭에 갔다.
친구들이 놀이공원에 갈 때 나는 시골 밭에서 나무를 심고, 거름을 주고, 농약을 뿌렸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두꺼운 점퍼를 입고, 40kg 닭똥 비료를 100포씩 아버지와 함께 날랐다.
내가 밭에 갔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밭에 가기 전날부터 아버지는 너무나 행복해하셨다.
200그루 정도의 소나무와, 무궁화, 백일홍 꽃 나무, 또 우리는 작은 앵두나무도 심었다.

성인이 되고, 군대를 가고, 나름 바쁜 일상을 핑계로 정말 오랜만에 밭에 갔을 때
작고 여리던 나무의 줄기는 거친 모습으로 갈라지고 투박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던 어린 나무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무릎 높이였던 작은 나무들은 지금 4m가 넘는 장송이 되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그 허허벌판에서 얼마나 많은 풍파를 견디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까. 내 손으로 직접 키운 나무이기 때문에 너무나 안쓰럽고 자랑스러웠다.
그래, 찢기고 터져야 커지는 거다.

나 또한 그렇지만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경험하며 우리는 살아간다.
어쩌면 간단한 업무에서뿐만 아니라 사랑도 흔히 경험하는 실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가, 가슴에서 막 어떤 것이 헤집고 나오는 것 같은 이별을 한 번쯤은 해본 사람은 이 표현을 깊이 공감할 거라고 믿는다.

우리의 찢긴 실패의 흔적은 나무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깊고, 오래오래 남아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나도 많은 실패 속에서 아직 성장하고 있다.
그런 입장에서 나를 포함한 이 책을 움켜잡고 있는 당신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실패해도 괜찮아요. 다만, 찢기고 터져도, 우리 꺾이지는 말아요.”
그렇게 생긴 상처들이 더욱 장성한 모습의 증거가 될 테니까.

최지후 학우 /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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