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셔머 『도덕의 궤적』

매일 아침 일어나 뉴스를 살펴보면 테러, 폭력, 각종 범죄, 환경오염 등과 같은 문제들로 가득하다. 그런데도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셔머는 호모 사피엔스가 역사상 가장 도덕적으로 진보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또한 도덕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종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으며, 오직 과학과 이성만이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에 반대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 가능한 반응이라고 말하면서도, 과학과 이성을 통해 이루어진 도덕적 진보가 앞으로는 도덕적으로 더욱 진보한 세계를 만들어갈 것이라 주장한다.
  셔머의 주장을 읽어가다 보면 당혹스러우면서도, 도덕적 진보의 증거를 다양한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음에 놀라게 된다. 자유민주주의의 부상과 같은 정치적 측면, 재산권의 확대, 교역의 자유와 같은 경제적 측면, 사법 평등 등의 법적 측면 등이다. 무엇보다도 인류의 도덕이 과학과 이성을 통해 더욱 진보했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셔머는 도덕과 진보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도덕’은 과학과 이성에 기반을 둔 체계이자, 자연법칙과 인간의 본성에 근간을 둔 원리에 기초한다고 보았다. 또한 ‘진보’는 더 나은 상태나 조건으로의 진전으로 개념을 설정하였다. 이에 따라 도덕적 진보는 ‘감응적 존재의 더 나은 생존과 번성’이라고 보았다. 이때 감응적(sentient) 존재란 감정, 지각, 감각, 반응, 의식이 있어서 느끼고 고통 받을 수 있는 존재를 말한다.
  회의주의자로 알려진 셔머는 전쟁, 테러리즘, 종교, 노예제도, 여성 권리, 동성애자 권리 등을 도덕 과학과 연관 지어 분석하면서, 과학이 도덕의 진보를 위해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역사적으로 되돌아보면 ‘퇴보한 과학’의 어두운 면도 존재했는데, 이러한 이면도 빼놓지 않고 냉철하게 분석한다.
  우선, 전쟁과 테러리즘을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둘러싼 신화들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비폭력적이라는 신화와 테러범들은 사악한 천재들이자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이며, 테러리즘은 효과가 있다는 신화 말이다. 종교에 관해서는 성경을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부도덕한 작품 중 하나라는 다소 대범한 주장을 펼친다. 또한 기독교가 미술, 건축, 문학, 음악의 걸작에 영감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순간에 그 세계를 지배한, 유일한 종교가 기독교라고 말한다. 노예제도는 감응적 존재의 생존과 번성에 해를 끼치는 제도이므로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고, 동성애는 선택이 아닌 인간 본성의 일부라는 견해를 내세운다.
  또한 셔머는 선사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인류의 역사가 도덕적으로 진보하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그러한 진보의 동력이 과학과 이성이라는 것을 거듭 입증한다. 무엇보다도 1800년대에 본격화된 계몽적 인본주의와 그 뒤를 이은 과학혁명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다고 주장한다. 실험, 추상적 사고, 경험주의, 합리주의 등의 과학적 방법론이 보편화되면서 지금과 같은 도덕적 진보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계몽주의 사상과 과학혁명을 통해 인간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전염병이나 흉작과 같은 재난의 원인을 마녀나 신의 분노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 서로 다른 인종 간의 차별은 불합리한 것이고, 노예제도는 인간의 본성에 위배되는 시스템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자연권을 받아들이고, 신성한 왕권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인류는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도덕적 진보를 이루게 되었다. 현 시대의 인류는 역사적으로 그 어떤 이들이 누린 것보다 더 많은 자유와 권리, 교육, 번영을 누리고 있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유토피아가 아닌 ‘프로토피아’를 지향한다. 프로토피아(Protopia)란 진보(progress)와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이 세상에 없는 완전무결한 이상향이 아니라 조금씩 꾸준하게 변화와 진보가 일어나는 현실적인 장소를 말한다.
  도덕적 진보에 관한 논쟁은 나날이 뜨거워질 것이다. 셔머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이든,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든 이 책을 통해 도덕적 진보를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