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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 승인 2018.10.24 15:46|(1144호)
정주백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말이 많아졌다. 당신도, 나도 방송국을 가졌다. 크기도, 작기도 하지만 방송국을 가졌다. 말하지 못 하여 답답할 일이 없다. 말을 해 두고 ‘좋아요’를 눌러 주기를, ‘당신 말이 맞아요’, ‘멋지네요’ 하는 멘트를 기다린다. 낚시를 던져두고 고기를 기다리는 형국이다. 고기가 물기를 기다리려니 좋아하는 미끼를 단다. 말이 높아졌다. 빨갛기도 하고 노랗기도 했다. ‘좋아요’는 말을 더욱 높게 만들었다. 말색이 더욱 짙어졌다.   
  말이 많아졌다. 이러쿵 저러쿵. 말들로 인해 상처받는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말이 돌아와 다시 상처를 준다. 입은 말을 기억하지 않는다. 귀는 10년을 기억한다. 그러니 되돌아오는 말이 많다. 말들이 허공중에 뒤엉킨다. 말들은 제 주인을 위해 싸운다. 말들은 더욱 사나와진다. 말들은 법원에서 다시 합을 겨룬다. 칼에 맞아 죽은 사람보다 혀에 맞아 죽은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돈다.
  말은 고통 받은 친구에게 위로를 준다. 말은 고통 받는 친구를 절망으로 밀어 넣는다. 우유가 선한 자를 키우고, 악한 자를 키우는 것과 같다. 어떻게 말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책무다. 
  말을 안 하여 후회하는 경우는 적다. 가끔 그 자리에서 이런 말은 하여 둘 걸, 하는 후회를 하는 경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음에 더 잘 준비하여 말하면 된다. 안 하였다고 큰 일 나는 경우는 또 거의 없다. 말을 하여 후회하는 경우는 그 수를 알 수 없다. 말은 이미 나의 손끝을, 입술을 떠났다. 돌아오지 않는다. 할까 말까 망설여지면 안 하는 것이 낫다. 많이 듣고 적게 말하자. 말의 뒤에 후회가 온다. 들은 뒤에 지혜가 온다.
  하여야 한다면, 다음을 생각해 보자. 참인 말인가? 참인 말도 전쟁을 부를 수 있다. 거짓을 말하고 평화를 구할 수는 없다. 필요한 말인가? 참인 말도 필요하지 아니하면 하지 말자. 거짓보다 참이 더욱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부드러운 말인가? 참이고 필요한 말이라도 부드럽게 할 일이다. 어떤 말인가(what to say)보다 어떻게 말하여졌는가(how to say)에 의해 그 말의 값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화가 나 있을 때는 말하지 말자. 화난 말에는 독이 묻어 있다. 상대방은 나의 말을 받아들일 만한가? 아무리 참되고 필요하며 부드러운 말이라도 상대가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라면, 하지 말자. 입으로 할 말인가? 몸으로 말하여야 할 것을 먼저 입으로 말하지 말자. 충고인가? 충고하지 말자. 그냥 들어주자. 답은 이미 그들이 가지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처를 줄 수 있다. 신사란 의도하지 않고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은 기억할 만하다. 좋은 질문인가? 좋은 질문은 대화를 풍요롭게 만들고 과실을 맺게 만든다.
  듣는 일은 어떤가? 당신이 당신이다. 그들이 말하는 자가 당신인 것은 아니다. “A thing is a thing, not what is said of that thing” (영화 Birdman, 08:16/01:59:17 거울에 붙은 메모), 이 말은 멋지다. 그들의 말 몇 마디에 당신이 당신 아닌 사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움직여 바꿀 수 있다. 그가 말하여 당신이 바뀌지 않는다. 말에 맞서서 흥분하지 않는 것은 듣는 자의 덕목이다.
  남의 말에 상처받지 말고 남에게 상처주지 말자. 말 많아서 말 많은 시대, 말 말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그래도 말하여야 한다면 몇 가지 점을 생각하면서 말을 하자. 그리고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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