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없는 발걸음은 없다

노연주 부편집장 (고고학과)

  #1 ‘의미 없다’
  통학 버스 안에서 근래 자주 드는 생각이다. ‘무엇을 위해 지금 학교를 가고있나,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있나, 내가 해온 것들은 무슨 의미를 지녔나’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버스에서 내려 강의실에 도착하면 끝이다. 일단은 수업을 듣고 성적을 잘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우선이다.
  #2 그동안 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왔던 우리의 선생님, 부모님, 가족들은 무슨 의도로 그랬던 것일까.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그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한 적이 없었던 것일까. 기자 주변의 선배, 친구들은 길었던 추석 연휴, 하반기 취업을 위해 휴관하지 않는 도서관을 찾아 공부하고 자소서를 써나가고 있었다. 이들의 꿈은 본래 어느 기업이든 입사해서 밥벌이할 수 있는 회사원이나 철밥통인 공무원이 되는 것이었을까.
  #3 최근, 인공지능이 채용에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봤다. 채용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시작했다는 AI 채용은 올 상반기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소서를 분석해서 점수를 매기는 것뿐만 아니라 면접 대상자의 행동과 표정의 변화를 감지해 점수를 매기는 역할도 한다. 대기업의 압박면접이 소시오패스를 채용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4 우리는 무엇을 위해 과거엔 꿈을 가져야 했고 현재는 무엇을 위해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까. 소망과 희망으로 가득 찼던 여러 가지 모양의 꿈들이 현실을 마주하며 이제는 저마다의 모양을 잃고 모두 비슷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N포 하고 있다. 정부의 각 기관, 여러 기업들에서 청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기사가 가득하다. 청년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정책처럼 보이는 것은 너무 편협된 생각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취업을 위해서 뭐든지 하겠다는 주변의 청년들, 3포, N포 세대의 의미를 모르는 우리의 어른들, 지지율 올리기에만 혈안이 된 국회의원들.

   이런 말 밖에 할 수 없는 스스로가 부끄럽지만 기자가 할 수 있는 말은 우리가 틀렸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 지금은 꿈을 꾸고 살아가기엔 가혹한 세상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의미 없게 만드는 사회 속에서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기고자 애쓰는 모두가 아름답고 안쓰러울 뿐이다. 스스로를 검열하고 자책하는 데에 시간을 쏟지 말자. 그러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많은 평가와 질책을 받으며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다. 그저 저마다의 발걸음은 충분히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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