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에 피난처를 구하고 그곳에 망명할 권리가 있다 - 세계인권선언 14조

로힝야족의 난민 캠프난민 아이들이 방글라데시의 동남부 미얀마 국경 근처 구릉지에 위치한 팔 룽 칼리(Palong Khali) 난민 캠프를 내려다 보고 있다.사진 / @UNHCR/Andrew McConnell 제공

  지난 6월 예멘 출신의 아랍인들이 무사증제도를 통해 제주도국제공항으로 대거 입국했다. 그들은 내전의 위험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향을 떠나왔다고 밝혔으며, 현재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난민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은 이민자에 대한 장벽이 높은 나라로 유명하지만, 난민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디아스포라와 난민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말이 있다. 이산(離散)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로 본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오늘날엔 불특정 난민으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난민의 개념은 1951년 7월 유엔이 승인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의 정의에 따른다. 난민을 정의한 난민협약 1조 1항을 요약하면 ‘모국에서 박해를 받는데 모국은 보호할 능력·의지가 없으므로 타국에 가서 보호를 요청하고 받아들여진 자’이다.
  전쟁, 자연재해, 정치적 박해로 인한 난민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으나, 국제 문제로 본격화된 것은 20세기 이후다. 2차 세계대전은 120만 명의 유럽 난민이 발생시켰다. 유엔은 1949년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이하 UNHCR) 설립을 통해 이에 대처하고자 했으며, 1951년 7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승인했다. 협약의 범위는 당초 유럽 난민으로 한정되어 있었으나, 이후 1967년 의정서에서 지리적·시간적 제한을 없앴다. 2017년 12월말 기준 협약 가맹국과 의정서 가맹국은 148개국이다.

한국과 난민
  한국이 난민협약에 가입한 때는 1992년이다. 난민신청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4년이고 2018년 7월말까지 난민 인정을 신청한 사람은 4만 3,371명이다.  1994년 총 5명이던 신청자 수는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1년부터 한 해 1,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2016년 한 해 신청자 수는 지난 22년간 난민인정 신청자 수의 3분의 1이 넘는 7,542명에 달했다. 난민 신청자가 급증한 가장 큰 요인은 전 세계적으로 난민 수가 급격히 증가함에 있다. 더불어 2013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난민법이 시행된 것도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난민법은 난민 인정절차를 규율하던 출입국관리법을 보완하고,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의무를 수행하고자 제정됐다. 그러나 한국은 난민인정에 소극적이다. 2001년에야 최초로 단 1명의 난민을 인정했고, 2018년 7월말까지 난민 인정자는 총 855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3.9%에 불과하다. 전 세계 난민 인정률인 38%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신 1,552명에게 인도적 지위를 허용했으나, 인도적 체류자에게는 사회보장, 기초생활수급권, 교육권 등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7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난민법 폐지와 난민협약 탈퇴를 요구하는 등 난민에 대한 반감과 공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난민을 생각하다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난민의 기본적 인권은 보호하되, 만일 법질서나 문화를 훼손할 경우에는 난민인정 취소나 철회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며, 한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 보호의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 정부는 국제적 책무를 다하면서도 우리 국민들의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리 학교 학우들의 반응은 유보적이었다. 정화영(무역·1) 학우는 “난민을 들이는 것 자체는 반대는 아니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정말 안전하다 싶은 사람만 들여올 것”이라 생각을 밝혔고, 김정석(사학·2) 학우는 “사람이 먼저라며 당선된 대통령에게는 난민만 사람이고 국민은 거수기인지 묻고 싶다”며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다빈(행정·2) 학우는 박 장관의 답변에 대해 “사후적 차원의 해결책에 힘을 실은 것 같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김연수(행정·2) 학우 또한 “국민들의 우려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행동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난민 문제는 이미 전 세계의 숙제가 되었고,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진다면, 진정한 의미의 이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인도주의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걸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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