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나침반”

허 현(사학과 교수)

  그래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삶의 지혜를 어렴풋이 가늠해 보고 있다고 생각하건만 가끔씩 인생의 어려움을 되뇌며 무기력감에 빠지거나 온종일 짜증내기에 바쁠 때가 있다. 그러고 나서는 아직도 수양이 부족한 자신을 탓하며 또 다시 마음공부를 심중에 새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자신의 부족함에 화들짝 놀라며 마음공부를 되새기는 것은 늘 학생들이 내 거울이 되어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요즘 삶의 무게에 버거워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작은 힘이라도 실어주고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 중의 하나가 삶 혹은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에 관한 것이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라는 거창한 철학적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삶의 경험이나 사유가 부족해 감히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거니와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인생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지혜의 창을 열어 보이고자 한다.
  인생이란 여행과 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적어도 인생을 여행하는 것처럼 대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자세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여행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늘 여행을 꿈꾼다. 언제나 꿈꾸기에 늘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여행한다는 생각을 해보라. 그런 경우 우리는 보통 몇 주 혹은 몇 달 전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을 떨쳐내지 못한다. 여행은 늘 기대의 대상이고 흥분의 대상이며 순간 혹은 하루의 활력소이다. 이런 기대 속에서 여행의 준비는 늘 철저하기 마련이다. 빠진 것이 없나 놓친 것은 없나 몇 번씩 반복해 확인하면서 부족한 준비로 인해 여행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하고 또 경계한다. 또한 여행에는 경쟁심이나 두려움, 열등의식이나 우월의식이 없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모든 것들은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의 대상일 뿐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며 여행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무엇이든 공유하며 웃음을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길동무일 뿐이지 경쟁하는 존재도, 혹은 나보다 열등하거나 우월한 존재들도 아니다.
  또한 여행길은 초조하거나 급하지 않다. 여행길은 늘 여유로워서 마음의 평안을 주기 마련이며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은 관조의 대상이지 집착하거나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의 대상은 아니다. 또한 여행에서는 실망해도 절망하지 않는다. 어떤 여행지는 기대에 미치는 못하는 곳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실망할 뿐 그로 인해 절망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내게는 늘 다음 여행지가 있고 그 여행지는 내 기대를 채워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확신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은 늘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자 공간이다. 여행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지 나를 잃어버리는 과정은 아니다. 그리고 여행에서는 아무리 꼼꼼한 계획을 세워도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돌발적인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아플 수도 있고 길을 돌아가야 할 때도 있고 날씨가 급변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런 일들로 인해 여행을 끝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행은 늘 심신의 피로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행은 결코 무리해서는 안 된다.
  많은 이들이 말하듯 정말로 인생이 여행과 같다면 우리는 그 말처럼 인생을 여행처럼 대해 볼 필요가 있다. 인생을 여행으로 바라보는 순간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끼지 않는가? 다만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삶은 늘 미지의 여행이라는 사실이다. 삶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없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나침반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 삶의 나침반은 오늘도 온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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