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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울림
충대신문 | 승인 2018.06.18 11:09|(1141호)

선 굵기 1pt.

#1. 선의 경계가 있는 이유가 있다.

  스케치를 할 때 선 굵기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진다. 기분이 침침하면 선이 엇나가기 일쑤이며, 결과물 또한 신통치 않다. 가끔 바깥과 내부의 선이 잘못 그어져 맘이 상하곤 한다. 치밀한 구조의 내부는 옆 사람이 조금만 배려 하지 않으면 그 색이 오염된다. 외부는 좀 다르다. 풍경을 담는 외부는 포근하다. 그런데 이런 외부에 딱딱한 형상 무늬를 넣으면 경계가 애매해진다. 너와 나, 당신과 당신의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렇다. 과거에 나는 선을 중히 여기지 않았다. 어쩌다 잘못그으면 손으로 대충 문질렀다. 안개같이 퍼진 흑연이 눈곱처럼 붙어있지만 무시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행동이 누군가를 아프게 했다. 너와 오래 알아서, 너와 친구여서 아프게 했다. 내 친구는 항상 밝은 친구였다. 세상에 빛이 저 아이에게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끔 얼굴에 보이는 반창고는 낯설지 않았다. 자주 덤벙대서 생채기가 나고 했던, 너에게는 일상이니까. 너를 다 안다고 생각하며 무시한 푸른빛은 사실 검붉은색이었다.

  비가 오던 휴일 날, 전화가 왔다. 버스 시간을 놓쳐, 놀아주지 않겠냐던 친구였다. 무료했던 나는 너가 있는 하나로마트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비가 와서 인지 너는 습해 보였다. 너는 5000원이 있었다. 버스비 1200원, 1시간 반 동안 뭘 해야할지 몰랐다. 그래서 버스정류장 의자에서 사소한 얘기나 했다. 여우비라 하늘은 밝았지만 너는 어두웠다. 나는 버스를 놓친 게 그렇게 우울하냐며 장난을 쳤다. 친구, 힘없이 끄덕였다. 더 자세한 질문은 '불문율'이었다. 2014년 여름, 나와 친구의 불문율이 생겼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이것'만은 하지 말자.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몰랐다. 항상 밝았던 너였기에 상처를 받아도 티가 나지 않았다. '넌 참았겠지' 여우비가 오던 그날도 넌 참고 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 뿐. 더이상 묻지않았다. 고등학교 생활은 집과 같았다. 12시간을 보내며 밥을 먹고 가끔 잠을 자는 곳. 시험을 친다는 점만 빼면 집보다 안락했다. 친구들은 가족보다 가까웠고 칼로 물 베기식 싸움도 있었다. 하지만 우린 항상 그 모습 그대로였다. 기숙사에 살던 친구는 매일 오전 8시 반에 교실에 도착했다. 방학 때는 집중수업기간이라 집에도 가지 못했다. 그러다 여름이 지나고 개교기념일날, 너는 집에 갔다. 너는 또 얼굴에 반창고가 있었고 친구들은 또 다쳤나면서 아이 혼내 듯 꾸짖었다. 친구는 “우리집 고양이랑 놀다가 다쳤어”라면서 웃었다. 그러자 한 친구는 너무 칠칠치 못하다며 핀잔을 줬다. 평소 어감이 센 친구였지만 오늘따라 날카로웠다. “아니 얼마나 뛰어 놀았길래 상처가 생겨, 한 번 보자” 친구는 그 친구의 반창고를 떼려고 했다. “약 발라서 안돼”, “나 후시딘 있어 다시 발라줄 테니까 뜯어봐.” 거침없는 직진에 친구는 당황스러워했다. 다른 친구들은 그만하라며 집착이 심하다고 웃었다. 그 순간, 그 아이는 반창고를 뜯었다. 살구색 반창고 뒤로 새파란 피부가 보였다. 반창고는 바닥에 떨어졌다. 이상하게도 그 때 너의 표정이 기억나지 않는다.
금정민 (식품영양·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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