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부문 당선소감

 

최진아(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1)

  "우리는 투명 옷을 입고 짙게 내려앉은 안개같은 세상에 뛰어든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분명 쓰려고 왔는데 자꾸 잊어버립니다. 이곳에 올라온 이후로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됐습니다. 사람들은 본인이 “해결” 그 자체인 것을 모르고 자꾸 싸우며 무시해버립니다. 어느새 나조차도 모든 것에 지쳐 모든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문을 닫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일기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날마다 내가 느낀 것, 경험을 꾸준히 기록했습니다. 이것들을 한데 모으고 보니 무희, 라는 인물이 만들어졌습니다. 인물에게 이름을 잘 지어주지 않는데 이름을 지어주고 말아서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한 문장도 적지 않고 생각만 하니 정말 아무것도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이러다가는 정말 영영 소설을 쓰지 못할 거란 생각에 “나도 모른다.”는 솔직한 심정을 담아 써 내려갔습니다. 그러다보니 무희는 어느새 자신을 찾아갔습니다.
  우리는 투명 옷을 입고 짙게 내려앉은 안개 같은 세상에 뛰어든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보호색을 쥐고 희미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두가 각각의 열쇠, 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걸리든, 자신의 열쇠를 이용하여 뿌연 세상 밖을 나와 선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소설을 완성해가며 길을 찾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소설을 앞으로 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도움닫기가 되었습니다. 느리게 나아가는데도 계속 믿어주고 아껴주는 한 그루의 나무, 4175 가족들 사랑합니다. 그리고 수상 소식을 아는 소수정예 나의 친구들 (소설에 맞게 이번만큼은 따로 이름을 기재하지 않겠습니다). 모두들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어 감사합니다.

 

 

시부문 당선소감

 

추성은(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1)

  "한 명이라도 좋으니 누군가에게 삶 자체로 큰 의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늘 우연에 대해 생각합니다. 듣고 싶었던 음악이 다음 곡으로 흘러나올 때, 기차 옆 좌석에 앉은 사람과 학교에서 마주칠 때……. 그럴 때마다 저는 제 인생에 할당된 우연을 함부로 소모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인연이 되지 못하는 몹시 희박한 우연, 한편으로는 그것들이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나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만약 세상의 모든 것들이 우연이라는 불연속의 연속이라면, 저는 한 명이라도 좋으니 누군가에게는 삶 자체로서 큰 의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투명한 것들 가운데 확실한 무언가가 더 간절하듯,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있어 우연이 아닌 인연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도 했습니다. 아무리 넓은 세계에 놓여 있어도 서로가 전부인, 필연성으로 묶인 사람들. 이별을 직감하지만 과거 서로를 사랑했던 기억으로 사랑을 유지하는 두 명. 그리고 바다. 아무것도 예감할 수 없는 여름. 저는 조수의 두 인물이 부러웠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당선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해주고, 제가 시를 놓지 않도록 늘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가장 힘든 시간을 함께한 대구 친구들. 멀리 있어도 해가 질 때면 늘 나와 같은 시간을 공유하던 너희부터 떠올라. 그리고 제 글에 피드백을 아끼지 않는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님들과 학우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은 시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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