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지난 3월 13일, 루게릭병과 싸우며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노력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세상을 떠났다. 호킹 박사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꼽히며,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천재적인 물리학자라는 수식어가 붙곤 했다. 호킹은 상대성 이론, 우주론, 양자 중력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 빅뱅과 블랙홀 이론의 선두 주자로 떠오른 호킹 박사는 블랙홀이 모든 물체를 삼킬 뿐 아니라 복사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이론 연구뿐만 아니라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데 힘쓰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된 마지막 강연을 정리한 책이다. 책에는 영국 BBC에서 방송된 2016년 1월 26일과 2월 2일에 진행된 두 차례의 강연이 정리되어 있는데, 블랙홀에 대한 호킹 박사의 견해를 핵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원서의 분량 자체가 적어서 심리적 부담이 적고, 영국 BBC의 뉴스 과학편집자인 데이비드 슈크먼(David Shukman)이 주석을 달아 내용을 보충하였다. 거기에 이론물리학과 블랙홀에 대한 연구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이종필 교수가 친절하고 상세한 해석을 더했다.
  ‘블랙홀(black hole)’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스티븐 호킹이 아닌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존 아치볼드 휠러(John Archibald Wheeler, 1911~2008)이다. 블랙홀은 곧 이전까지 사용된 ‘얼어붙은 별(frozen star)’이라는 용어를 대체하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블랙홀이라는 단어가 물리학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블랙홀이 무엇인지, 그것이 물리적으로 어떤 성질을 갖는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스티븐 호킹의 BBC 리스 강연(The Reith Lectures) <블랙홀>은 바로 이 주제를 핵심적으로 다룬 것이다.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블랙홀”은 스티븐 호킹의 BBC 리스 강연 내용을 담고 있으며, 2부 “블랙홀이란 무엇인가”에는 블랙홀에 관한 이종필 교수의 해설이 담겨있다. 1부를 중심으로 이 책을 살펴보면, 호킹 박사는 블랙홀에 관한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하나를 언급하는데, 블랙홀은 빛까지도 삼켜버리기 때문에 우리가 블랙홀과 마주한다 할 지라도 블랙홀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블랙홀에서는 빛도 빠져나오지 못하므로 블랙홀로 떨어진 것은 다시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블랙홀의 존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블랙홀은 주위의 다른 물질에 중력으로 영향을 미치고 물질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강력한 전자기 복사가 만들어 방출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불리는 블랙홀의 경계를 언급한다. 블랙홀 중력의 가장자리에서는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라고 불리는 에너지 방출이 일어나 결국 블랙홀이 질량을 잃게 되어 소멸한다는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1973년에 블랙홀이 검지 않고, 빛보다 빠른 속도의 입자를 방출하며 뜨거운 물체처럼 빛을 발한다고 주장하였다. 거대 질량이 수축하고 붕괴하여 만들어진 블랙홀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중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빨아들여 파괴한다는 것이다. 이때 ‘사건의 지평선’과 ‘호킹 복사’ 개념도 제시하였다.
  호킹 복사 이론은 현대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호킹 복사 이론이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었다. ‘정보는 완전히 소실될 수 없고, 모든 과정은 되돌릴 수 있는 가역성을 지닌다’는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호킹은 2004년 국제학술회의에서 자신의 블랙홀 이론을 일부 수정하게 된다. 블랙홀이 그 내부의 정보를 조금씩 방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2015년에는 블랙홀 내부가 아닌 블랙홀의 경계선인 사건의 지평선에 정보가 저장된다고 하였다. 기존의 이론은 조금씩 수정되었지만, 핵심 내용이 변한 것은 아니다.
  일생 동안 우주를 연구했던 스티븐 호킹은 자신이 사랑한 우주로 돌아갔다. 하지만 블랙홀을 둘러싼 논쟁은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 호킹의 블랙홀 이론이 틀린 것으로 밝혀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블랙홀이라는 미지의 존재를 친근하게 설명하려 시도한 그의 노력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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