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불면증인데 왜?

  ('Career High'를 부르는 김심야 목소리를 들으며 상상한 한밤중의 이미지를 글로 썼습니다.)

 ‘쟤는 왜 이렇게 깨있단 듯이 부릅뜨고 있냔 말에 그냥 불면증인데 왜 인마’

  몸이 무거워지면 의자 바닥에 빨래처럼 널리기 전에 두 팔로 무릎을 묶고 구겨 앉아 균형을 잡아. 콧물 줄줄 흐르는 콧구멍은 휴지로 틀어막고 뚫린 콧구멍과 입으로 번갈아 숨 쉬며 생각하는 거야. 코를 뜯어서 냉동실에 넣고 얼리고 싶다. 그럼 정신이 좀 말짱해질 것 같다. 관자놀이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나면 무릎으로 팔꿈치를 들어 올려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머리가죽이 뻐근해져 두통이 지워지고 푸석한 눈 밑이 시퍼렇게 질리면 정수리 뒤에 달린 머리카락 한 뭉치를 앞으로 끌어와 암막 커튼을 치고 버티는 거야. 실눈 뜨고 거슬리는 돼지머리털 몇 가닥을 고르고 모근까지 뽑히지 않은 것들은 벌레처럼 털어내면서. 다시 건조한 기분으로 집요하게 채찍질하면서 내가 쓴 문장 끄트머리를 헤질 때까지 만지다가, 해 떠 있던 오늘과 지난 스물다섯 해를 다시 헤치고 뒤지고 널뛰고 다니는 거야. 눈을 감고 써 내려간 문장들이 눈 뜨면 모두 돈이 되었다가 눈 감으면 다시 그림이 되었다가 눈을 감아도 돈이었다가 눈을 떠도 돈이 아니었다가, 어느 순간 눈을 감아도 덮여있는 눈가죽의 뒷면만 보게 되는,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야 해뜨기 직전이 되는데, 왜 이렇게 깨있단 듯이 부릅뜨고 있냐고, 그러니까 그냥 불면증인데 왜 인마.

BOSHU 디자이너 신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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